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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세계를 범하다

크레이그 모드의 책이자 책> 리뷰 재생산

by 휠로그
craig mod paju.jpg 2015. 10. 6. 제4회 파주 북어워드에 참석한 크레이그 모드. 본인 페이스북에서.


이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썼다. 그것을 긁어서 다시 여기 붙인 것이다. 두 가지 플랫폼으로 쓰는 것은 몇 가지 간명한 이유 때문이다. 지금 딴짓을 너무나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과, 크레이그 모드가 그의 책이자 <우리 시대의 책>을 통해 결국 전하고 싶은 것은, 가급적 많은 것을 실제적으로 해 보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며, 또한 나는 그 뜻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의 중간에는 그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는 내가 관계되어 있는 음악 관련 글들이 어떤 곳에서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닿아 있다.


1.

크레이그 모드의 책이자 <우리 시대의 책>을 다 읽어간다. 그는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의 책 전문가다.


<우리 시대의 책>은 그가 <아트 스페이스 도쿄(Art Space Tokyo)>라는 책을 만든 경험으로부터 출발하고 또 그것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책의 제작자와 향수자의 경험이 만나는 그 지점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여정이다. 250여 페이지를 넘어서는 내용이지만 또한 그에 넘치지 않게 담아냈다. 마치 이 책은 건해삼과 같아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부풀어 오른다. 궁극적으로 전자책을 제작하기 위해 <아트 스페이스 도쿄>의 크라우드 펀딩을 하면서 그는 예술의 단계로 넘어선 일본 인쇄 및 제본의 진수를 맛본다.


실린 인용구와 사진 역시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다.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을 다룬 책 페이지를 삽입했는데, 이는 '지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sheer inaccessibility of the place involved, both topographically and culturally, pp. 195)'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어렵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전자책의 가능성을 단번에 보여주었다.



2.

그의 페이스북을 찾아가보았다. 지난 10월 초순 파주를 찾은 크레이그 모드의 강연 모습, 그리고 그의 책이자 <우리 시대의 책> 한국어판을 들고 찍은 인증샷이 있었다. '국뽕' 빨 생각은 없지만 각 전문영역에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간과해도 좋은 곳은 아니다. 이 쪽에서 초청했다 해도, 그가 한국이라는 나라-그가 주로 활동하는 일본과 같은 시간을 쓰는-에 놓인 순간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한글이라는 기이한 문자가 이 전자책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것임은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나는, 책에 관해 쓰는 순간 그 누구도 월터 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월터 옹은 인터페이스와 경험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부터 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던 사람이다. 월터 옹은 한글의 특징과 가능성, 그리고 한국의 인쇄가 처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학자답게 풀어갔다. 그가 한글을 다루는 방식은 텍스트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이 문자를 다루어야 한다는 연구자적 양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크레이그 모드에게서는 월터 옹과는 다른 다소 가벼운 페이소스가 보이지만, 그 역시 책의 미래를 향해 가는 여행에서 한글이라는 도구가 가진 특징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후 그가 내놓을 또 다른 글이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대로 '경험'에 집중한다면, 결국 한국 전자책이 독자들을 경험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폰트와 웹, 모바일의 불편한 동거 문제에 대한 그 나름의 시각이 담긴 텍스트를 내놓을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 부분 역시 기사 링크와 네이버 블로그 '글감 첨부' 기능에 의해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들이다. 코딩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네이버 글감 첨부는 사실 책의 판매정보 링크와 이미지를 한 데 불러올 수 있도록 엮어놓은 기능이다. 물론 이것이 수고를 덜어주며 때로는 영감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때로 작은 에디토리얼 북 카페를 만들어 놓고 북 콘서트를 하는 느낌이다. 네이버가 강한 것은 바로 이 정서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혜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벌써 10여 년 전, '가치'를 말할 때부터 변질되지 않고 업그레이드된 기조다. 물론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이용자 간 갈등(블로그와 댓글을 이용한 아르바이트 수단으로 삼는 이용자와 이들을 피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은 이용자)이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다른 긴 글 플랫폼들이 사업적(금전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면서 블랙홀이자 안식처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술어가 길지만 죄송하지 않다. 안 읽으면 그만이다. 대신 읽을 분들에게는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것뿐이다.


http://www.hankookilbo.com/v/f23ce0a7599548c98f1079229d9f3c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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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책

작가 크레이그 모드 출판 마음산책 발매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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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 Tokyo (Hardcover)

작가 Rawlings, Ashley (EDT)출판ConsortiumBookSales&Dist발매200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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