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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으로 보는 '우영우' 스핀오프 혹은 15.5회

이상하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을 걸?

by 휠로그

태수미가 스스로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물러난 데는 이유가 있다?

배인철의 갑작스런 음독, 단지 라온에 내려진 과징금의 부당함 때문만이었을까?


※ 말 그대로 '재미'로 보는 '외전'입니다.


한선영이 폭로하려던 건 따로 있다?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이 태수미를 응징하기 위해 까발리려던 건 고작 우영우 출생의 비밀 따위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긴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태수미가 우광호와 대학생 시절에 가진 아이이지, 태수미의 혼인 기간 중에 태어난 '혼외자'는 아니잖아요? 아들의 해킹 문제가 없었다면, 오히려 자폐 변호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딸의 존재 자체로는 동정표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태수미가 딸을 버린 것이 중대한 결격 사유가 된다면 한선영이 뭐하러 그렇게 오래 기다렸을까요?


여기서 고등학생 해킹범 최상현이 라온을 해킹한 이유가 단지 김찬홍의 꼬드김에 의해서만일까요? 김찬홍도 자기가 대표이사인 회사를 아예 망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단지 초심을 잃은 동업자를 겁주고자 하는 동기 정도로 꾸밀 수 있었을까요? 4,000만 명이 넘느 유저들이 국내 최대 로펌을 통해 걸어 오는 집단 소송이 자기에게는 영향이 1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과태료와 과징금 차이도 모르는 사람이 그런 일을 하려면 뭔가 법이나 소송 쪽으로 빠삭한 누군가가 뒷배를 봐주거나 사주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찬홍이 해킹 대회에서 최상현을 픽업한 것부터가 태수미의 계략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태수미는 차도살인 즉 남의 칼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겁니다. 태수미는 배인철을 죽일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내연남이 아니라 바로, 최상현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최상현의 친권을 주장하려는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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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미와 배인철. 둘은 내연관계였다?!

라온의 배인철은 사업이 성장하면서 법무 자문 로펌으로 태산을 선택했습니다. 약관에 대한민국 전자상거래를 쥐락펴락하는 배인철의 모습에 태수미는 호감을 느꼈고, 배인철은 기품 있는 외모에 한국 법조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30대 초반 태산 실세 변호사에게 반했을 겁니다. 우영우가 1996년생이고 태수미가 우영우를 낳은 시기가 대략 22세 정도라고 한다면, 우영우와 8살 차이인 최상현이 태어났을 때 30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적으로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죠. 둘은 불타올랐고 그 사이에서 생긴 아이가 바로 최상현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우영우를 낳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배인철에게 그 사실을 함구하라고 협박했죠. 그렇지 않으면 라온을 없애버리고 동시에 재기도 못하게 만들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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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인철은 언젠가 꼭 성공해서 아들에게 당당한 아버지로 등장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태수미에게 비밀리에 면접교섭을 요구하죠. 법무부 장관을 거쳐 권력의 핵심으로 가고 싶은 태수미에게 크나큰 장애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죽여야 했죠.


그러나 절차가 필요했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법보다 주먹이 먼데, 왜 권력자는 복싱 선수가 아니라 판검사인가? 주먹보다 먼 법은 핵폭탄급 위력을 갖기 때문이죠. 절차를 통해 발사된 미사일과 한 대의 주먹, 파괴력 차이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김찬홍의 해킹 사주, 그 뒤에 태수미가 있었다

태수미의 계획 1번이 김찬홍 매수였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냐고요? 김찬홍은 배인철에게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장승준 변호사가 출신 학교를 물었을 때 '저는 대학교 안 나왔습니다'라고 할 때 배인철은 '저는 하나대 나왔습니다'라고 하죠. 그 때 장승준이 반색하는데 잠시 스쳐지나간 김찬홍의 얼굴엔 뭔가 분노가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해킹을 사주하는 김찬홍의 목소리엔 그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죠. 그런 그는, 태수미와 놀아나는 배인철을 보면서 '왜 저새끼만' 하는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태수미가 업무 관계로 라온과 만날 때 그 점을 분명히 눈치챘겠죠. 묘한 여지를 김찬홍에게 흘렸을 거고, 김찬홍은 태수미의 뜻대로 움직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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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철은 자신의 비상한 머리를 닮은 최상현을 보고 더욱 부성애가 들끓습니다. 아버지 노릇을 하고 싶다는 생각, 엄청난 가치의 기업가가 된 자신이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겠죠. 김찬홍은 최상현의 능력이 배인철의 눈에 들도록 인도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이에 배인철은 태수미에게 면접교섭권을 더욱 거칠게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를 폭로하겠다고요. 이 부분은 한선영과도 말이 맞춰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는 도덕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업가지만 태수미의 경우는 다르다고 본 거죠.


그러나 태수미는 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력하게 나오죠. 방통위의 제재는 공직사회에도 인맥이 있는 태수미의 2번 계획이었고 라온 유저들의 집단 소송은 3번 계획이었습니다. 클래스 액션은 보통 로펌이 모집하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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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배인철은 재판장 회유를 시도하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정에서 음독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독의 출처가 어디일까요? 바로 태수미였던 겁니다. 배인철은 재판 전 태수미를 비밀리에 만났습니다. '왜 나를 이렇게까지 짓밟으려고 하냐'고 따졌겠죠. 태수미라면 이랬지 않았을까요?


사람에겐 누구나 여지가 없는 선택이 있어. 배대표 아니 인철 씨도 나도.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길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밟고 넘어가야 해.
부모라고 해도 말이지. 하물며... 너랑 나 사이에 뭐가 있는데?

그리고 사람을 시켜 뭔가를 건넵니다. 그게 15화 재판정에서 삼킨 청산가리(시안화칼륨)였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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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남을 독살한 극중 사례는 많지만 가까운 것을 따지면 MBC <돈꽃>(2017. 11. ~ 2018. 2.)에서 정말란(이미숙)이 청아그룹의 씨가 아닌 아들 장부천(장승조)의 친부 오기평(박정학)에게 독커피가 든 보온병을 선물하죠. 그걸 안 먹으면 담그려고 청부업자들까지 붙였습니다. 태수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천만 다행히 태수미가 마음을 돌렸고, 자신도 라온도 죽을 고비에서 돌아오는 걸 경험한 배인철 모두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아들인 최상현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도 알게 됐습니다. 최상현은 절륜한 해킹 실력으로 이미 우영우와 자신 사이의 이부남매 관계를 알아차렸죠. 이 천재가 과연 그것만 들여다봤을까요? 비상한 머리를 가진 아이답게, 비극에 빠지기보다는 모친과 부친 모두에게 '유익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영우의 해피엔딩 속에는 이렇게 의외의 두 인물의 치밀한 치정극이 있었던 겁니다. 갑작스런 변심 같다고요? 사람이 죽다가 살아난 것 자체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특히 청산가리 음독이 주는 고통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저도 모르지만 실제 음독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만나 위로하는 봉사활동에서 얻은 경험입니다.


이상 그냥 재미로 보는 막장 버전 우영우의 15.5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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