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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Oct 28. 2022

'한 달만에 7i 160m' 이런 거 믿지 마세요

골프, 왼손잡이로 바꿀 때 버려야 할 것 1

운동에서 원래 자기의 주 손, 주 발을 쓴다는 것은 퍼포먼스 면에서 결정적입니다. 물론 양발잡이로 키워진 손흥민, 원래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으로 대성한 류현진, 김현수, 반대로 왼손잡이인데 우타로 성공한 이종범 등은 예외적인 이들입니다. 골프에서는 필 미컬슨이 태생적인 오른손잡이이면서도 왼손으로 성공한 사례이나 이 역시 그가 특출난 것일뿐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태생적 왼손잡이인 주니어 골프 선수들이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다가 거리 증가의 한계,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의도하지 않은 페이드 구질로 인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 손'의 중요성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다가 왼손으로 전환하는 것이 단숨에 싱글 핸디캡 골퍼로 가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는 '이것만 바꿨더니 7번 아이언 몇미터'하는 식으로 자극적인 타이틀이 많죠. 플랫폼 생리니까 어쩔 수 없는데 걸러 들어야 합니다. 물론 그게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경우라 하긴 어렵습니다.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다가 주 손으로 돌아온 왼손잡이 골퍼 여러분들의 행복한 골프를 위해서, 버려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봅니다. 참고로 원래 왼손으로 시작하시는 분들은 제외입니다. 



1. 오른손으로 쳤을 때의 '라베'


스포츠에 있어 자신감, 자신에 대한 믿음은 중요합니다. 약간의 과시도 필요합니다. 프로 선수의 경우도 비슷한 실력이라면 지나치게 겸손한 성격보다 조금 과시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 어느 정도 성공하는 데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그릇된 환상은 다릅니다. 냉철하게 자기 자신을 인식해야 합니다. 오른손으로 과거에 싱글을 쳤어도 왼손으로 전환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부분은 갑자기 공이 잘 맞지 않고 페이드가 심하게 나거나 거리가 줄어들어서일 겁니다.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양 손의 균형을 맞춰도 소용 없습니다. 신경의 반응속도보다 짧은 순간의 임팩트에서는 우세 손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집니다. 분명 싱글 핸디캐퍼인데, 오른팔에 엘보우가 오고 거리가 줄어듭니다. 오른손으로 이룰것은 너무 다 이뤄서 왼손으로도 해 볼까 하시는 분들은 극히 드물 겁니다. 


즉 왼손 클럽을 잡고 연습장에 간 ex-왼손잡이 오른손 골퍼 여러분들은 그 순간 모두 초보자입니다. 휘두르다 보면 어쩌다 한두 번은 맞겠지만 그게 현재 실력은 아닙니다. 물론 회전의 원리를 습득하고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시간이 완전 초보 골퍼에 비해서야 짧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압도적으로 단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른손으로 3년만에 싱글을 쳤으니 왼손으로는 최소한 1년 반 만에 가능할 것이다, 라는 환상은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2. 거리에 대한 욕심_'사야아재 특'


솔직히 저도 이 욕심 때문에 오른손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임팩트가 오른손보다 더 강하다고 저를 봐준 레슨 프로들도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회전 방향에 대해 몸이 이해하고 반응하는 허용치가 높다는 것이죠. 물리적으로도 잠재력이 큰 게 사실입니다.


Bryce Harper(Shutterstock Licenced)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오른손으로 골프를 할 때 대비 압도적인 거리 증가를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골프에서 샷의 비거리는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확한 임팩트가 정립됐을 때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주 손으로 하다 보면 이것이 빨리 잡힐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스윙 메커니즘이란 게 단순히 작대기를 휘두르는 몸의 자유도 따위가 아니란 겁니다. 특히 사회인 야구를 즐겨하시는 분들이 이런 착각을 합니다. '내가 야구를 좀 해서 아는데, 골프도 똑같아'라는 분들이죠. 물론 그 중에 실제로 야구 타법으로 장타를 펑펑 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특출난 분들입니다. 

야구와 골프가 닮은 부분은 회전 시 축(위에서 봤을 때의 무게 중심) 활용법, 하체 활용법 등이 비슷한 것이지 클럽을 다루는 방법과 배트를 다루는 방법은 다릅니다. 골프는 방향성이 정해져 있는 '페이스(face)'가 있고 공을 똑바로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두 번째 문제고요. 대부분 '내가 야구를 좀 했다' 하는 '사야아재' 골퍼 중에 야구 스윙의 메커니즘도 똑바로 이해하지 못한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야구 선수들이 골프를 잘 하는 것은 그들이 '올바른 야구 스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골프 스윙'을 익히기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사회인 야구를 왼손으로 하니까 골프도 왼손으로 바꾸면 단숨에 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면, 왼손잡이 전환을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너무 크게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프를 그만 두시게 됩니다. 그런 상태로 다시 오른손으로 치면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립니다. 


다만 우선 거리를 내기 위해서 휘두르는 연습부터 하실 마음으로 접근하시는 건 좋습니다. 회전감에 집중하시다가 임팩트를 잡아나가는 것이, 임팩트만 하다가 회전력을 높이는 것보다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근의 골프 티칭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클럽들의 관용성이 좋아지기도 했으니, 일단 부담없이 휘두르는 것에는 대찬성!



3. 너는 얼마나 치는데?_이제 생크를 졸업했습니다


골프는 '오전에 입문한 사람이 오후에 입문한 친구에게 레슨하는 레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일주문 넘은 순서로 사형과 사제가 갈린다는 스님네 세계와도 비슷하죠. 


'그래서 너는 얼마나 치냐'는 질문을 받을 것 같아 말씀드리면, 당연히 저도 왼손잡이로는 백돌이 겨우 면한 수준입니다. 아니 이제 갓 생크(shank)를 졸업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제가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라는 긴 여정을 가는 데 방향 전환을 하는 사람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 여러분들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겁니다. 정상 등정을 이끄는 정복대 대장이 아니라 일상의 등산 경험을 나누는 셰르파가 되고 싶은 겁니다. 


저는 2022년 4월 15일에 좌타 클럽을 처음 수령했습니다. 4개월간 생크가 났습니다. 이 기간 저는 '똑딱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생크가 사라지기 시작한 건 9월부터이고, 공 맞은 자리가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임팩트의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클럽을 주문하기 전, 시타 제품을 오른손으로 쳐서 스매시 팩터 1.48, 1.50가 나왔을 때의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뒤땅이나 탑볼은 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단 휘두르는 감각에 집중하는 중입니다. 생크보다는 뒤땅이나 탑볼이 훨씬 잡기 쉬운 것이고, 이는 밸런스, 코어 트레이닝 같은 훈련으로도 잡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저는 목표 타수가 없습니다. 그저 '알까기', '토끼몰이', '일파만파' 이런 거 안 하고 룰대로 레귤러 온에서 +1 정도를 안정적으로 하는 게 목표입니다. 싱글 플레이어부터 100돌이까지, 어떤 상대와 쳐도 상대와 이야기를 해가며, 그 상대가 편안하게 골프를 즐기도록 해주는 동반자가 되고 싶은 것이 목표일 뿐입니다. 왼손잡이와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생소하고 신기한 경험인 동반자분들이 저로 인한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 기본을 닦고 있습니다. 저는 스포츠도, 일에 있어서도 '지름길은 없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똑딱이를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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