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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Oct 22. 2022

우린 SUV 안해, 4인승 4도어 베를리네타라고!

여주에서 아시아 최초 공개! 페라리 푸로산게 실물 영접기

9월 13일에 글로벌 공개, 10월 21일 한국 공개, 그것도 아시아 최초. 통관과 출고, 입고에 걸리는 절차와 비용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일정이 가능했을까 싶습니다. 산술적으로라면 거의 글로벌 공개 시점부터 진행된 작업입니다. 페라리의 첫 4도어 4인승 SUV 페라리 푸로산게(Purosangue) 이야깁니다. 중국도, 일본도, 홍콩, 싱가포르도 아닌 한국의 여주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페라리 푸로산게는, 목업(Mockup)이 아닌 6.5리터 V12엔진을 장착한, 살아 있는 순혈의 말이었습니다. 



4도어에 대한 미국 시장의 강한 요구 


페라리의 다른 차들도 그렇지만 푸로산게도 사전 계약이 이미 끝난 차입니다. 돈이 있어도 없어도 못 사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니 수백억대 부자와 가난한 기자는 일시적으로나마 동등해지죠. 물론 부자들은 ‘아 그럼 계약취소되는 거 하나 사지 뭐’라고 하겠지만요.




사실 푸로산게의 탄생은 미국 부호들의 욕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2+2 베를리네타의 감각을 조금 더 여유로운 미국 부자들의 감성에 맞춰서 만든 것이죠. 미국 부자들의 수요는 ‘쿠페=2도어’라는 정의를 이미 15년 전에 깨뜨린 바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CLS와 포르쉐의 파나메라가 그것입니다. 페라리는 자존심이 강하지만 고객들의 요구에는 소프트합니다. 4도어 4인승 베를리네타라는 식의 우회적 표현은 자존심과 실리를 모두 지킨 그들만의 표현 방식이랄 수 있겠습니다.


사실 세계 경제의 측면에서 미국 부자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는 중입니다. ‘킹달러’는 미국에서 새로운 부자들의 탄생을 예고하고있으며 역사의 반복이기도 합니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규정했던 1970년대 중반, 아시아 경제가 무너지던 1998년, 2008년 등 달러가 초강세였던 시대에는 어김없이 미국의 부자 수가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며칠 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금리 때문에 못 살겠다, 미국 너네도 그러다가 다 죽어'라는 아우성에, 미국 경제는 괜찮으니까 너네들 걱정이나 하라’고 했죠. 그것도 아이스크림을 아주 맛있게 드시면서요. 그 모습을 보며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은 듯한 두통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푸로산게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 시장에서 공개했다는 게 한국 시장의 럭셔리카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푸로산게의 물량은 미국 부자들의 강한 파워를 대기에도 부족할 겁니다. ‘킹달러’는 미국에서 새로운 부자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1976년, 1998년, 2008년 등 달러가 초강세였던 시대에는 어김없이 미국의 부자 수가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며칠 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는 괜찮으니까 너네들 걱정이나 하라’고 했죠. 그것도 아이스크림을 아주 맛있게 드시면서요. 그 모습을 보며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은 듯한 두통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거듭 한국의 페라리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푸로산게를 자주 보려면 미국 부자들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 빠른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지난 십여년 간, 미국 외 시장에서 페라리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자들이 많아진 것은 글로벌 저금리와 이로 인한 M&A 활성화, 그 수혜를 본 벼락부자의 탄생이 컸죠. 저금리 시대에 모든 것을 주었던 달러는, 이제 주었던 것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812의 심장, SF90의 눈매, 296의 뒤태

새로운 공력 성능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아무리 그래도 글로벌 공개된 지 한 달만에 완전 실차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은 오산이었습니다. 여주 마임비전빌리지 행사장에서 이 차는 실제로 움직였습니다. 물론 쇼런은 아니고 무대에서 나오는 정도 그리고 시동을 거는 정도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했죠. 중동, 극동 총괄 지사장이 이야기한 바, 페라리가 생각하는 스포츠카의 조건 중 하나, 감각적인 고성능 자연흡기 엔진, 페라리 V12의 사운드였습니다.

  


파워유닛은 812 컴페티치오네를 기반으로 합니다. 실린더 뱅크각 65º, 실린더 내경 94mm, 스트로크 78mm로 동일하며 강력하고도 부드러운 고회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6.5리터(6,496cc)엔진입니다. 압축비가 13.6:1로 0.1의 차이(812 컴페티치오네는 13.5:1)가 있는데,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지만 812의 경우보다 낮은 6,250rpm의 엔진회전수에서 716Nm(73kg∙m)로 더 큰 토크(컴페티치오네 692Nm, 70kg∙m @7,000rpm)를 만들어내기 위한 세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차 중량이 2,173kg인 점을 감안한 세팅입니다. 그럼에도 0→100km/h가 3.3초, 200km/h까지가 10.6초란 것은 엄청난 수치입니다.  

최고 출력은 725ps(7,000rpm)입니다. 9,000rpm 이상에서 830ps를 내뿜는 812 컴페티치오네의 힘을 성향에 맞게 끌어내린 것이지만 그 자체도 엄청난 것이죠. 엔진오일은 냉각에 유리한 드라이섬프 방식입니다.  



제동 성능도 압도적입니다. 앞쪽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 직경 398mm, 뒤쪽 380mm이며 100km/h에서의 제동거리는 32.8미터, 200km/h에서조차 129m입니다.



실물을 보기 전에는 페라리가 크로스오버 지향의 GT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한계랄까, 자기 모순 같은 걸 극복하는 게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의 레퍼런스를 좀 모아 붙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헤드램프는 딱 봐도 역 F 형상의 SF90 헤드램프를 닮았고 후미는 296을 연상케 했습니다. 차라리 로마의 차체를 높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그건 페라리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실물을 보니 모두 이유 없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페라리만의 GT였습니다. 물론 페라리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인만큼 에어로다이내믹이 어떻게 구현됐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스포츠카와 GT 그것도 다목적 지향의 지상고가 높은 차니까요.  



푸로산게의 프론트 범퍼 쪽에서의 공기 흐름 설계는 페라리의 다른 차와 다르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범퍼 아래쪽에서 차량 중앙 언더 바디로 향하는 블로운 채널(blown channel)입니다. 쉽게 말해 주행 중 들어오는 공기가 들어오는 용적보다 빠져나가는 쪽의 용적을 적게 해서 강한 압력으로 공기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인데 기존 모델은 차량의 노면 밀착력을 최대화하려는 게 목적이었다면, 푸로산게는 중앙 라디에이터 표면과 먼저 만나도록 설계됐습니다. 페라리의 파워트레인 중에서 이렇게 무거운 하중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또한 이는 높은 지상고로 인한 마찰력의 부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또한 카본 휠 아치 전후에 별도 덕트를 적용했습니다. 측면 항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차체 특성을 고려한 측면 디자인 긜고 후륜 휠 아치 뒤쪽의 공기 통로는 역시 페라리다운 해법이었습니다. 게다가 기능적으로도 서스펜션의 위시본 부품에 작은 플랩을 장착해, 차량 하부의 깊은 곳에서까지 항력의 증가를 통제했다고 합니다.  



기능적인 면은 운전을 해봐야 알겠지만, 측면과 리어 디자인의 조화는 확실히 실물이 멋졌습니다. 통상 페라리는 운전석 바로 뒤쪽에서부터 볼륨감이 팽창하고 후미로 돌아서서는 위아래 모두에서 첨단 슈퍼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푸로산게는 B 필러가 있잖아요. 이걸 시선 이동에서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습니다. 엉덩이가 필요 이상으로 요망하게 들려 있지도 않았고 과장된 스포일러도 아니었죠. 296의 실루엣이 아주 살짝 아래위로 확장된 느낌 정도였습니다. 하단 범퍼 역시 절제돼 있었고요.  



개방감과 몰입감

코치도어와 개인화 옵션 


그런 모습 속에서 프레임리스 코치도어가 열린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윈도우의 선은 매끈하게 실내로 소실점을 이룹니다. 이 날 공개된 실내 가죽은 짙은 감색 계열입니다. 1열에는 5개 유형, 3단계 강도의 마사지 시트가 적용됐습니다. 전동식 조절 장치 등이 적용돼 있지만 뒷좌석 역시 콕핏 느낌을 살렸습니다. 괜히 ‘순혈’을 이름에서 강조한 게 아닙니다. 뭘 만들어도 우리는 페라리다, 그런 자존심이 느껴지는 2열입니다.  



다만 실내는 3,018mm의 휠베이스에도 그리 넓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전동 테일게이트가 적용된 트렁크 용적도 캐디백 1개가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거듭, 기존 2+2 베를리네타에 뒷문이 있다, 그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대신 대형 글래스 루프의 채광을 통해 공간감을 조절하는 건축적인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일렉트로크로믹(electrochromic, 전기 변색) 방식의 글래스루프는 옵션인데, 좀 더 가벼운 차체를 원한다면 탄소섬유의 기본 사양을 택해도 됩니다.  



또한 페라리 최초로, 스마트 에어 리서큘레이션 컨트롤과 PM2.5의 초미세먼지도 차단할 수 있는 필터를 기반으로 한 공기질 센서가 적용됐습니다. 이 외에 버메스터 3D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엔진 소리에 집중하라는 게 페라리의 지론인데 확실히 GT는 GT입니다. 물론 다른 페라리 차량들이 그러하듯, 모두 개인화 옵션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페라리도 피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 과제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제 환경에 관한 것이죠. 페라리 역시 지속가능성 소재를 적용했습니다. 패브릭 루프라이닝에는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카펫은 폐어망을 재생한 폴리아미드를 적용했습니다. 페라리에 시트 소재를 공급하는 알칸타라 역시 재활용 폴리에스터 비율 68%의 알칸타라를 공급했는데 페라리를 위해 최초 제공했습니다. 물론 ICEA로부터 RCS(Recycled Claim Standard)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페라리는 처음 구매 고객들에 대한 장벽이 높습니다. 돈을 싸들고 가더라도 ‘충성도’를 검증합니다. 이미 푸로산게는 그 충성도를 인증받은 ‘순혈’의 오너들을 만났습니다. 이 차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인수거절 차량을 기다리거나, 다른 인수거절 차량을 받아 페라리 고객으로 입문한 후 다음 버전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여담, 푸로산게 그 특이한 이름에 대해


페라리는 푸로산게(Purosangue)를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즉 순혈로 소개하는데 그 조어에는 약간의 과정이 있어 보입니다. 이탈리아어 ‘Purosangue’는 기성 단어는 아니고, ‘pure’른 의미하는 ‘puro’와 피를 의미하는 ‘sangue’ 의 합성어입니다. 참고로 ‘puro’는 스페인어로도 동일한 의미입니다. ‘sangue’는 굳이 발음하자면 '상귀ㅔ' 정도가 되는데다 피를 의미하는 라틴어 ‘sanguinem’이 어원입니다. 와인 베이스 칵테일 ‘sangria’도 피처럼 검붉다고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 합니다. 영화에서는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의 <Santa Sangre(성스러운 피)>가 있죠. 


‘sangue’는 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의 혈연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개 행사장의 붉은 led라인 등이 절묘하게 잘 설치된 듯하다. 근데 바닥에 놓인 led 커버를 사람들이 자꾸 차서 성한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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