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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Nov 18. 2022

골프와 자동차, 선택의 기로에서

브런치에서 '되는' 주제에 관해

2015년에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운영'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무려 7년이 지나서 금년 중반부터의 일입니다. 사실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은 주로 다루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는 것이죠.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할 때도, 네이버에 가 있던 지인들로부터 제가 만물상형, 잡학사전 식으로 운영한다는 지적을 들었습니다. 그 때는 '잣이나 까잡숴' 했는데, 진짜 인생에 있어 잣 까야 할 가을이 오니 다시 생각해볼 말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제를 하나로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꽤 자신 있지만 브런치에서 잘 되지 않는 주제와, 완전히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노출과 지표 면에서 선전 중이 주제를 두고 고민입니다. 전자는 현업인 자동차, 후자는 골프입니다. 




브런치 독자들은 B.M.W 애호가? 

알 수는 없지만 뚜렷한 취향


그래서 현업인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중심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시원찮았지만 꾸준하게 하면 노출이 될 줄 알았죠. 물론 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작성하는 콘텐츠의 주기에 비해 노출 빈도는 물론 노출됐다 하더라도 조회수나 라이킷 수가 미미하더군요. 그래도 전 제 탓인 줄로 알고 사람들이 좋아할 자동차 관련 콘텐츠가 뭘까를 고민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 올린 자동차 관련 콘텐츠 중 한 노출된 콘텐츠는 '마지막을 향하는 동행 폴스타와 볼보(https://brunch.co.kr/@trashfairy/59)'이고 6,000에 약간 못 미쳤습니다. 해서 이 분야에서 난다긴다 하시는 분들의 브런치를 봤는데, 어라? 조회수가 무척 미미하더군요. 네이버 포스트에서 10만 뷰가 넘는 콘텐츠가 여기서는 라이킷 20개 받기도 버거웠습니다. 

지금 네이버 모바일 주제별 섹션에서 자동차 영역은 온통 '그랜저' 판입니다. 조회수를 끌어다준다는 의미로 '그랜저코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 브런치에서 '그랜저'를 주제어로 검색하면 먼저 나오는 콘텐츠들은, 라이킷 '0'이 수두룩합니다. 브런치 독자들은 B(Bus), M(Metro), W(Walk)를 선호하시는 분들일까요? 


조금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들이시라 자동차에는 그닥 관심이 없으신 걸까요? 그런 성향에 맞을 법한 '전기차'를 키워드로 넣어도 여전히 라이킷 5를 넘는 게시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네이버를 기반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현대차의 공식 채널 중 하나인 HMG 저널의 그랜저 콘텐츠의 라이킷 수 역시 '0'을 면치 못했습니다. 


'0'원한 친구들



곁가지였던 골프, 의외의 발육


농사는 잘 모르지만 과일나무를 키울 때 맨 처음에는 곁가지도 무조건 쳐내지 않고 함께 기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과일이 잘 되는 것 같은 가지가 주력이 된다는 게 과수농업을 하시는 분들의 말씀입니다. 제게 골프는 곁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 매체에 속한 기자도 아니고 완전한 전문 지식을 갖춘 프로도 아니니까요. 물론 고등학교 2학년까지 주니어 선수로 프로를 위해 매진했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운동 자체를 열심히 했으니 생짜 골프를 처음 하시는 분들보다야 이야깃거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전문가는 아닌 거죠. 게다가 이젠 왼손으로 골프를 다시 시작해서, 스코어도 백돌이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자동차와 동일한 기간에 올린 골프 관련 콘텐츠는 노출 수, 지표 면에서 자동차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7개 콘텐츠 중 3개가 노출됐고, 막 갈기듯이 쓴 '저 이사 가면 어쩌시려고... 설치비가 얼만데요(https://brunch.co.kr/@trashfairy/40)'는 7만 건을 찍었습니다. 그 외에 ''테린이'는 '골린이' 같은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골프 장비는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지 않다'가 메인에 노출됐습니다. 


돌비의 공포라디오 애청자인 건 안 비밀


'골프 장비는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지 않다'는 '테린이, 골린이' 콘텐츠가 노출된 다음에 '혹시'하는 마음으로 써본 것이었습니다. 그게 노출됐고, 가장 조회수가 많은 '저 이사가면 어쩌시려고'는 역주행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골프와 자동차를 같이 다루는 콘텐츠가 목적입니다. 자동차 브랜드들도 골프 마케팅에 열심인데, 이를 콘텐츠화할 수 있는 에디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 희소성을 갖고 당분간 마케팅을 하려고 하는데, 브런치 플랫폼이 보여 주는 지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건 네이버도 마찬가지죠. 다만 네이버는 편집자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하나의 주제 섹션 안에 다양한 부가 주제들을 연결시켜 넣는데 브런치는 아무래도 '작가 발굴'이라는 데 목적이 있어서인지 그런 방향을 택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퇴사 콘텐츠'에 힌트가 있다?


물론 어떤 주제냐가 절대적인 답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 브런치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우울해져서'였습니다. 퇴사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퇴사' 키워드가 알려준 것이 있습니다. 결국 아무리 포장을 해도, 삶의 고단함과 관련된 숨길 수 없는 감정에 공감해주는 내용의 콘텐츠가 여기선 먹힌다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물론 골프는 동감, 교감으로 위로받아야 할 아픔의 감정과는 거리가 좀 먼 주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울함 못지않게 공감받고 싶은 감정이 '설렘' 아닐까 싶은데요. 연애를 시작하면 주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죠. 전문가는 아닐지언정 제 골프 콘텐츠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호의를 표해 주셨던 건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동감, 교감할 부분이 보여서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아직 완전히 정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브런치가 자동차를 갖고 교감과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확실한 상황입니다. 아마 자동차로 설렘이든 아픔이든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여기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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