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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Dec 04. 2022

사실... 왼손잡이 골퍼가 아닙니다

왼손으로 전환한 이유와 오른손 웨지 잘 치는 이유가 같다?

전국 약 3,000명에 달하는 왼손잡이 골퍼 동료 여러분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어 인스타그램도 ‘본좌골프(Born Lefty Golfer)’로 만들었지만, 사실 저는 완전한 왼손잡이 골퍼는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하이브리드 골퍼입니다. 곧 구입하게 될 드라이버부터 피칭웨지까지는 왼손으로 바꿨지만, 50도대의 웨지는 모두 오른손 클럽을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주니어 생활을 했습니다. 그게 이미 1992년에서 1997년이고, 그만둔 이후에는 별로 열심히 치지 않았으니 지금은 그냥 보기플레이어, 컨디션이 매우 좋은 날에는 80대 초반도 치는 정도입니다. 어릴 때 하도 못해서-그러니까 그만뒀죠- 스코어에 스트레스가 있다 보니 그냥 주변ㄴ에 폐 안되게만 치려는 스타일입니다.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으로 골프를 칠 때 가장 잡히지 않는 것이 바로 페이드 구질입니다. 심하면 슬라이스인데, 선수를 지망하면서 연습을 하게 되면 일단 연습량 자체가 있기 때문에 심한 슬라이스는 나지 않고 약간의 페이드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들아이언 이하에서는 그나마 덜한데 롱아이언이나 우드 계열에서는 오른손으로 던지는 힘이 약해 클럽이 늦게 따라오거나 약간 페이스가 열린 채로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이걸 못 고쳐서 은퇴하는 경우도 많고, KLPGA 스타 박현경 선수의 부친인 박세수 프로님처럼 투어 프로를 오래 못 하고 사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오른손잡이이면서 ‘딴손잡이’로 성공한 필 미컬슨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일반인의 경우와 비교될 수는 없곘죠.


물론 양 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트레이닝은 꾸준히 했습니다. 요즘은 단순히 무게를 들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몸의 동작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더군요. AI를 기반으로 한 운동 생리학 프로그램도 발달되어 있으니 지금은 왼손잡이라도 우타 골퍼로 성장시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골프는 순간에 힘을 집중시키는 운동입니다. 골프의 임팩트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인간의 반사 신경이 채 반응할 수도 없는 짧은 시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우세 손, 팔이 반응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저의 경우는 그게 왼팔이 잘 접히지 않고 컨트롤샷처럼 펴지는 현상이 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긴 클럽에서는 약점인데, 웨지에선 또 기막힌 장점입니다. 페이스가 말리며 닫히지 않기 때문에 스핀이 많아 높이 뜨고 제자리에 섭니다. 물론 손목을 쓸 일이 없는 굴리는 어프로치에서도 효과를 발휘합니다. 제가 오른손으로 나간 몇 번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티샷과 세컨 샷이 말썽이었지만 웨지 하나만은 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좌타 아이언을 구매할 때도 피칭 웨지까지만 있는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이미 있는 우타 웨지를 살릴 생각이었죠. 현재 오른손으로 치는 웨지는 51º, 52º, 56º(샌드), 60º 4종류입니다. 51º와 52º도는 함께 들고 나가는 일은 없고요. 그냥 아버지께 물려받은 것이라 갖고 있습니다.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건 52º입니다. 약간 로프트 세워서 치면 조금 낮은 탄도로 날아가도 많이 구르지 않아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샷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51º는 공이 깊이 묻힌 벙커샷에서 쓰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좌타 샷이 조금씩 안정을 잡아갈수록 이 우타 웨지가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도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구력이 오래 됐는데 좌타로 전향하고자 하는 골퍼가 있다면, 웨지는 오른손으로 치는 하이브리드 타입고 고려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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