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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Dec 05. 2022

벤비아 골프 행사에는 없는 분위기

11월 14일 기아 K9 골프 클래스

자동차 브랜드가 다양한만큼, 오너 대상의 골프 행사에도 특색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색은 주요 고객층의 성향에 부응하는 기획에 의해 나타납니다. 그런 점에서 기아 K9 오너들을 대상으로 한 골프 행사는 그 특색이 아주 강한 편입니다. ‘벤비아(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나 포르쉐, 렉서스의 오너 행사에도 없는 이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K9 오너 대상의 골프 행사가 열린 우정힐스 컨트리 클럽에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그들은 왜 K9을 선택했? 수입차도 살 수 있는데


기아 K9을 보면 떠오르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폭스바겐의 페이톤입니다. 구동 방식도, 주 활약 시대도 다르지만 닮은 점이 꽤 잇습니다. 대중 지향 브랜드에서 나온 대배기량 엔진 기반의 플래그십 세단, 동시에 최고 수준의 편의 사양을 다 모아놨다는 점, 그럼에도 차종이 지닌 가치에 비해 큰 인기가 없었다는 점 등이죠. 그나마 K9은 한국 기준으로 기업과 관공서의 관용차량 수요로라도 공급되고 있으니 좀 낫다고 할까요? 북미 기준으로, 페이톤이 가장 잘 팔린 2004년의 실적인 1,939대(‘carsalesbase.com’ 기준)이었습니다. K9은 한국 시장 기준으로도 6,000대 이상은 팔립니다. 



11월 14일, K9 골프 행사는 국내 최고 교습가이자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글로벌 50대 교습가에 두 번이나 선정된 바 있는 임진한 프로인데요. 행사 리셉션에서 임진한 프로는 K9 고객들에 대해 “일정 이상의 격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이들”이라는 덕담을 전했습니다. 이건 실제 K9 오너 행사 취재를 진행해본 입장에서 사실입니다. 



우선 소비자들 상당수가 동급의 수입차도 너끈히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K9을 타는 것은 외적으로 지나치게 과시적이어서는 안 되는 입장에 있는 사업가들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기업을 이끄는 오너나 리더이면서도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죠.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 사업 영역이 있습니다. 주로 공공기관이 발주처인 사업 영역들이 그러하죠. 이 날 행사에 모인 K9 오너들이 128인이고 실제 추첨을 통해 참석이 결정된 분들이니 꽤 유의미한 표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그런 제약 때문에 구입했더라도, 차량에 대한 실오너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이 행사만이 아니라 다른 기회로 만난 K9 오너들의 경우에도 그런 만족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의 편의성과 안락감, ADAS(능동형 운전자 보조 기능) 및 다양한 실내 편의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차가 무겁다 보니 선회 구간에서의 기민한 역동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런 것들이 이 차의 오너들에게 절대적인 마이너스 점수 요인이 되진 않습니다. 



이날만은 마상’ 잊고 마음껏 웃으신 사장님


K9의 주력 고객들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입니다. 그래도 상당히 젊어진 겁니다. 1세대 차종의 경우 구매연령층이 거의 60대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었으나 2세대로 오면서 '오너드리븐을 겸하는 플래그십 세단'을 지향하면서 고객 연령층이 하향 확장된 겁니다. 실제 이 날 행사에도 30대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더러 계셨습니다. 



그래도 아직 다른 차종 오너들보다는 확실히 삶의 경험치, 사회적 위치가 높은 분들 즉 ‘사장님’들로 보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명함을 주신 분들 중에 대표, CEO, 이사 등의 직함이 대부분으로, 견실한 중소기업 이상을 이끌고 계신 분들이더군요. 뭔가 ‘이 한몸으로, 두 주먹 꽉 쥐고 이뤄냈다’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골프 행사 참가자들 대비 이런 느낌의 사장님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건설, 엔지니어링처럼 업종의 역사 자체가 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업종의 특징은 자수성가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수입브랜드의 골프 행사는 약간 다릅니다. 특히 프리미엄을 넘어 럭셔리 브랜드 쪽에 가까워지면 참가자들은 연령대가 확 젊어집니다. 물론 젊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종류가 다르죠. 패션이나 핫한 아이템을 다루는 무역업처럼 시운이 따라 큰 성공을 거둔 분들의 비율이 그만큼 높고, 부모님의 지원 자체가 뒷받침됐던 분들도 많습니다. 유학파도 적지 않고 큰 돈을 버는 데 든 시간이 짧았던 만큼 현재를 강렬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견실한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분들이 차에 2~3억씩의 돈을 쓰기 아까워하는 것과는 대비되죠.


자수성가형 사장님들은 아무래도 현실에서 ‘마상(마음 상함)’을 겪을 일이 많을 겁니다. 자신이 사업을 일굴 때와는 다른 가치관의 직원들을 볼 때면 왜 그럴까 싶기도 하고, 이게 세상의 변화인가 할 때도 있을 겁니다.  믿었던 베테랑급의 직원이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것도 보셨을 테고 중간에 어려움을 겪어보시기도 했을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세상 눈치를 다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월급쟁이 생활을 오래 했지만, 저는 월급쟁이보다 사장님들이 시대의 격변에 따른 고통을 더 힘들게 겪으신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이 있으니까요. 적어도 어렵게 시간을 내 K9 골프 행사에 참석한 사장님들 중에는 자기가 좀 더 마음 상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챙겨주려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참석하신 분들 사이에 유대감이 잘 형성되어 보였습니다. 상대의 굿샷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마지막 홀 깃대 앞에서 서로 악수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골프를 너무 잘 쳐서 일할 시간이 있을까 싶은 준프로급 사장님이나, 필드의 모델처럼 차려입고 스마트폰 하기 바쁜 골퍼들에게서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과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요즘 자동차 브랜드들의 골프 마케팅은 진심입니다. 오너 골프 대회, 프로골퍼를 대동한 레슨 타입의 이벤트는 오너들 사이에서 무척 인기가 있어 행사 흥행을 통한 로열티 제고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중에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이 브랜드만의 분위기’라 할 수 있는 걸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답을 쥐고 있는 것이 브랜드가 아니라 참석한 오너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아 K9 오너 골프 행사는 다른 어떤 브랜드도 갖지 못한 특성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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