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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Dec 19. 2022

골프는 원래 19금 스포츠?

골프 용어가 원래 그래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 말을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부유한 이들의 향락이라는 성격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이겠지요. 몇 년 전에는 해외 골프장에서 한국 남녀 커플이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고 유포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주연’들이 국내 금융권의 상당한 고위 임원이라는 말이 있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농담임을 전제하고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골프 용어나 진행 중에는 상당히 19금적인 표현으로 변용될 수 있는 소지의 워딩들이 있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성적 금기로부터 자유로운 ‘어른’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보니 더욱 더 살냄새가 짙어진 명사, 동사들이 많은데요. 몇 가지만 살폄보겠습니다. 



1. 세우다


Stop의 의미


아마추어 골퍼 특히 남성들은 얼마나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구사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실제로 드라이버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클럽이고, 이를 자유자재로 쳐서 그린 가까운 페어웨이에 안착시킬 수 있다면 좋은 스코어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제이슨 데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상급자가 되려면 아이언과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상급 이상의 골퍼들은 아이언 연습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아이언 역시 거리 싸움이지만 멀리 보내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원하는 거리를 조절해서 보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마추어 상급자라면 미들아이언 이하의 클럽으로 볼을 쳤을 때 3~5미터 단위로 낙하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투어 프로들은 이걸 1미터 이내에서 다루죠.



거리를 잘 맞춘 샷일수록 공이 ‘섭니다.’ 임팩트가 제대로 들어가면 클럽 페이스의 그루브가 공을 힘껏 물면서 강한 스핀을 일으키고, 이렇게 날아간 공은 떨어져서 멀리 구르지 않습니다. 임팩트가 좋지 않은 샷의 공은 그린에 떨어져 목표한 지점보다 한참을 구릅니다. 많이 구른다고 제 ‘구멍’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죠. 




Square 혹은 Up의 의미


‘세우다’는 아마추어의 샷 연습에도 중요한 동사입니다. 좋은 아이언 샷을 위해서는 맞는 순간 클럽 페이스가 지면에 대해 직각을 이루면서 서야 합니다. 아마추어 때 혹은 중급자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아이언 샷 연습을 하면 분명 공이 똑바로는 가는데, 높이 뜨기만 하고 거리가 짧은 경우가 있습니다. 클럽 페이스가 뒤집힌다고 하는 경우인데, 아마추어의 경우는 클럽의 ‘로프트’를 잘못 이해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임팩트 시에도 어드레스 때 위에서 봤던 로프트가 유지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는 것이죠. 이 경우는 하체 턴을 의식적으로먼저 하고 핸드 퍼스트 상태를 유지한다는 개념으로 연습을 조금 해 보면 됩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뒷다리(오른손잡이 우측, 왼손잡이 좌측) 무릎이 앞으로 뛰어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웃인 궤도가 나면서 슬라이스가 발생하거나, 풀훅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쥔다, 잡는다


요즘은 프로들이 레슨 때 무척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사실 골프를 처음 하는 입문자의 경우, 일상에서 전혀 쓰지 않는 근육의 동작을 배울 때 일정 정도 프로가 몸을 잡아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드레스, 테이크백, 탑, 전환, 다운, 임팩트, 로테이션, 팔로우의 각 구분 단계의 이미지를 몸에 입력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죠. 물론 과거에는 이런 이유로 과한 터치를 하는 남자 프로들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아직, 제 머리도 못 깎는 아마추어들이 다른 여성 아마추어를 가르쳐준답시고 흑심을 품은 경우는 있죠. 



특히 골프 그립을 ‘쥐’거나 ‘잡’는 법을 가르쳐줄 때 은밀한 농담이 오가는 걸 많이 듣습니다. 여성 프로와 중년의 회원분이 레슨을 하며 나누는 음담이었는데... 아시죠? 이 연령대 여성분들의 EDPS는 혈기왕성한 사춘기 사내아이들도 숙연해질 정도의 무게감과 깊이 그리고 세월이 담긴 달콤쿰쿰함이 있죠. 


골프 그립은 ‘잡는’ 게 맞을까요, ‘쥐는’ 게 맞을까요? 아무래도 ‘잡는’ 것은 악력이 조금 더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쥐다’에도 힘 있게 잡는다는 뜻이 있으나 그건 2번 뜻이고, 1번 뜻은 손가락 사이에 약간 공간감을 두고 어떤 물체를 일그러지지 않도록 잡는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아실까요? 좋은 연습방법으로 종이를 말아 쥐고 연습하는 동안 종이가 일그러지지 않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은 연습법잉라 생각하진 않고요. 그립을 잡고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 클럽이 앞으로 살짝 쳐질 때 클럽의 무게감과 그립의 마찰력이 딱 조화를 이뤄 움직이지 않는 정도, 그 정도가 적절합니다. 오히려 이상한 상상으로 쥐면 더 안 맞습니다. 



3. 넣는다


골프의 핵심은 홀컵에 공을 넣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기 운동은 목적한 자리에 공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만, 유독 골프가 19금적 비유로 자주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홀에 다다르는 과정이 운치가 있으며 동시에 어렵죠. 그리고 컵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강한 희열을 느낍니다. 음... 실제로는 그런 희열을 별로 못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사정까지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4. 쉬었다 간다


한국은 골프 코스가 고급 유원지 문화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그늘집’이라 불리는 휴식 공간에서의 요식 서비스가 발달했죠. 전후반 사이에도 뭔가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문화가 있습니다. 상당수 골프 라운드가 비즈니스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무시 못할 부분입니다. 물론 메뉴들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좀 흠이고, 이는 골프장 전체의 폭리와 얽혀 별로 좋게 생각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죠. 골프 코스마다 대표적인 시그니처 메뉴가 있으며 이와 함께 한 잔을 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막걸리 한 잔이 들어가지 않으면 라운드가 안 된다는 ‘주류 세력’들도 있습니다. 



쉬었다 간다는 흔히 숙박업소의 대실을 연상케 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대실’이라는 문화가 공간이 빈약한 한국의 독특한 공간 향유문화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넓은 자연 속에서 얼마든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밀스런 교감을 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일단 건물의 한 공간을 일정 시간만큼 대여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조건입니다. 


이 그늘집에서 눈이 맞아 그대로 ‘배까지 맞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무래도 골프장에 왔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시간을 함께 보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인정한 거고, 알콜의 힘까지 들어가니, 어딘가로 쉬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불끈 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농담은 농담일 뿐입니다! 즐겁고 건전하게 골프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하는데 자신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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