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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Sep 30. 2021

한양도성과 사람들, 백악산 소장님을 만나다

"과거나 현재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


한양도성은 백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크게 4개의 산을 걸쳐 만들어졌다. 저녁시간에 이 높은 산들을 바라보면 조명이 들어온 한양도성이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낙산, 남산의 경우에는 야경의 명소로 더 유명한 만큼 밤에도 성곽길과 서울의 야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이다. 하지만, 한양도성의 백악구간은 저녁시간이 되면 출입이 통제된다. 제한된 방문가능 시간과 더불어 한양도성이 개축 된 조선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건들이 더해져 백악산은 우리에게 어떠한 비밀스럽고, 은밀한 곳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백악산을 알아보기 위해 설국도성은 한양도성 백악산 소장님을 직접 만나뵙게 되었다.


*한양도성 ‘백악산’은 조선시대에 현재의 북악산을 명칭하던 용어입니다. 인터뷰기고문에서는 모두 백악산으로 표기를 하였습니다.


*가독성을 위한 편집을 거친 내용임을 밝힙니다.

Q1. 한양도성은 남산, 낙산, 인왕산을 거쳐 백악산까지 서울의 다양한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이 백악산 구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양도성은 백악산, 남산, 인왕산까지 굉장히 넓은 면적에 걸쳐 수도 방위 개념으로 도성을 축조하였습니다. 한양도성이 지나가는 여러 산들 중 백악구간은 경복궁과 제일 가까우며, 걸어서도 쉽게 갈 수 있죠. 이는 조선시대에 경복궁을 지키는 수도 방위 사령부의 군사기지 요충지였다는 말입니다. 백악산 성곽이 무너지면, 경복궁에 거쳐하고 있는 군주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예로, 광해군 때 능량군(인조)이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인조반정을 꾀한 곳이 이곳 창의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백악산은 군주가 왕권과 왕위를 지키는 마지막 보류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특히 중요한 장소라는 특징이 있죠.


Q2. 시민들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다른 한양도성 구간과는 달리, 2019년 이전의 백악구간은 반드시 신분확인절차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확인절차가 생략되고, 2020년 11월 이후에는 기존에는 개방하지 않은 구간까지 개방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련의 과정들을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백악산 정상에는 ‘백악마루’가 있습니다. 백악산 바로 아래에는 청와대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백악마루에서는 정말 청와대가 보일 듯 말 듯 하기도 하죠. 사실 백악산도 여타 다른 한양도성처럼 제한 없이 개방된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1968년 1월에 발생한 ‘김신조 사건’으로 인해 그 이후로부터 백악구간은 전면폐쇄가 되었습니다. 40여년간 폐쇄된 상태가 이어지다가, 2007년 4월에 다시 시민들에게 개방 되었습니다. 물론 개방 직후에는 어느 정도의 통제는 있었습니다. 신분증 검사와 방문자기록을 실행 했었는데, 특히 신분증 검사 절차에서 시민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시더라고요.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이켜야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신분증 검사 절차를 생략하고, 표찰 명패 지급으로 대체를 하면서 어느정도 백악산 탐방을 하기 위한 절차는 완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백악산은 군사지역인만큼 관리가 필요한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보안이 필요하긴 하죠. 제한시간안에 탐방객들이 모두 하산하였는지, 탐방로를 이탈하시는 분들은 없는지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간단한 취식은 괜찮지만 거하게 혹은 음주하시는 분들을 막기 위해서 cctv설치와 순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면서 시민분들께는 이전부터 좀더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드렸습니다.


조선시대의 군주를 시키던 곳이자 현재의 청와대의 보안 안보까지, 백악구간은 일정부분의 통제가 필요한 구간입니다. 과거나 현재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라는 말이죠.


Q3. 성곽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사이의 성곽 북측면과 청운대에서 곡장 구간의 성곽 외측 탐방로는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구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처음에 백악 구간에 한양도성 안내소가 생긴 곳으로는 창의문안내소, 성북동에서 올라오는 숙정문안내소, 와룡공원에서 올라오는 말바위안내소가 있습니다. 각 안내소의 특징으로는 숙정문안내소는 숙정문 근처에 바로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도 하며, 올라오는 길이 수월합니다. 말바위안내소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시고,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는 안내소입니다. 창의문안내소는 급경사가 매우 심하게 때문에 여름철에는 등산을 하는 것이 힘들 수 있어요. 정말 온몸이 다 젖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등산철인 봄, 가을에는 산 정상에 올라갔을 때의 등산의 희열감을 느낄 수가 있는 곳입니다. 음, 그래도 창의문 안내소를 제외한 다른 안내소 코스들은 경사도 완만하고, 계단의 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북측에 있는 청운대와 곡장 안내소 작년 7월에 새롭게 개방을 한 곳입니다. 새로운 안내소이기 때문에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새롭게 생긴 청운대와 곡장 두 안내소는 부암동 사시는 주민 분들, 백사실 계곡 지역 주민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시는 것 같네요. 코스의 특징은 경사로가 완만하다는 것과, 숲길을 지나가는 등산로이기 때문에 시원하기도 하고 나름 운치가 있어 같이 등산하는 분들과 소소하게 대화를 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여러분께 백악산 등산의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기존의 3가지 안내소로 (창의문, 숙정문, 말바위) 등산을 시작하고, 내려오는 곳을 새로 생긴 곡장, 청운대 안내소로 내려오시는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여러가지 문화유산을 둘러볼 수도 있고, 여러 맛집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기위해 새로운 두 코스로 내려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음, 백악산은 '등산은 하고 싶지만.. 관악산처럼 높은 산을 원하지는 않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처음 산행을 하시는 분들도 무리 없이 도전하실 수 있는 산입니다. 왕복으로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와도 2시간정도, 혹은 다른 안내소로 넘어가는 등산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리기 때문에 등산을 처음 도전하시는 분들에게도 전혀 부담이 없는 산입니다.

Q4. 백악산 한양도성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주로 누구이고, 주로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요? 또한 인상깊었던 방문객이나 인상깊었던 사건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주로 평일에는 지역 주민 분들이 많이 이용하십니다. 안내소가 문을 여는 시간인 오전 7시가 되자마자 운동을 하기 위해 등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인상 깊게 남는 방문객이라... 말바위안내소로 정말 매일매일 백악산을 오르기 위해 오시는 분이 떠오르네요. 또한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 분들 중에 일주일에 두세번씩 꼭 산행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말에는 특히 봄, 가을에는 일반 탐방객들이 많이 오십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방문하시는데, 백악산이 너무 험하지도 않고, 담소 나누기도 좋은 구간이기 때문에 많이들 오시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방문했으면 좋겠네요.


Q5. 앞으로 백악산 한양도성이 시민들에게 더 알려지고, 많이 찾는 장소가 되기 위해 어떠한 역사문화 교육의 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다른 지역 낙산, 인왕산, 남산들은 문화행사 및 공연들이 작게나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올해부터 공연과 해설을 진행하려고 준비를 하였는데,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시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코로나 상황이 괜찮아져야 할 것 같아요. 또한, 백악구간이 군사지역이다 보니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다른 지역처럼 제약없이 자유롭게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양도성 백악구간이 다른 구간에 비해 홍보가 조금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었지만, 현재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백악구간도 구상하고 있고, 이것이 활성화가 되면 시민들에게 백악산이 더 알려지고, 탐방객들도 더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6. 소장님이 백악산 한양도성 소장님으로서 주로 하시는 업무는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업무는 사업계획, 예산집행, 인력관리, 시설관리, 유관기관과의 연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양도성은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받아 자체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행사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안내소와 같은 시설들의 관리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전반적으로 구성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백악산 구간은 현재 유관기관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며 함께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시 한양도성과, 종로구청, 보건복지과 또한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군부대에 있는 수방과와도 업무 협조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업무들이 저희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관기관들이 서로 합심해서 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백악산 한양도성 소장이 되고 난 이후에는 2007년부터 있었던 창의문, 숙정문, 말바위 3개의 안내소가 시설이 많이 노후화가 되었기 때문에 시설 관리와 노후된 시서을 교체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진행을 해왔습니다. 문화행사같은 경우는 코로나의 4단계 상황으로 인해 현재 진행할 수가 없다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탐방객들에게 보다 나은 탐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발열체크, 정수기 설치 등을 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발열체크를 하고, 패찰을 매고 등산을 하는 절차들이 불편해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양도성과 우리를 지키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Q7. 백악산 한양도성 소장님이 추천하는 북악산 한양도성의 명소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면 백악구간을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을까요?


저는 창의문안내소에서 올라와서 청운대와 백악마루를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곡장 안내소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시작하시던 갈 수 있는 곳인데요, 곡장에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곳 전망대의 보는 경치가 제일 높기도 하고, 정말 너무 좋습니다. 북한산도 보인답니다.


역사적으로 추천하는 곳은 숙정문 안내소나 말바위 안내소에서 보이는 숙정문입니다. 음, 백악산 등산 추천 시간은 오전에는 9시에서 9시 30분쯤인 것 같네요. 오후에는 늦은 시간 3-4시에 들어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백악산은 탐방가능시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5시 이전에는 무조건 들어 오셔야 한다는 점 주의해주시고요. 봄에는 꽃들이 많이 펴서 높은 곳에서 인왕산이나 북한산 진달래 개나리가 촥- 펼쳐진 풍경을 보면 장관입니다. 겨울동안 마른 숲에서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이 펴서 산 전체가 녹색으로 변했을 때 새로운 기운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Q8. 소장님께서 정의하신 한양도성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첫번째로, 백악산은 도심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 편하게 올 수 있는 산,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는 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산들은 난이도가 있어 어린이, 어르신에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곳은 누구나 올 수 있는 시민의 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백악산이 역사적으로 경복궁, 현재는 청와대의 근처에 위치해 있어 굉장히 중요한 산이라는 의미가 있네요. 과거에는 백악산에서 육조 거리까지 다 보이고, 지금은 광화문이 다 보이기 때문에 전략적 군사 요지가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산처럼 시간도 자유롭지 못하고, 어느 정도의 통제도 있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북악산을 지키기 위해 조금 제한하는 것이 길게 보면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세번째로, 한양도성은 아주 예전부터 축조를 하였기 때문에 시대별 건축사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전기, 후기, 완전 후기까지의 건축기술이 남아있고,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도성의 건축 방식을 볼 수 있는 곳이 한양도성의 성곽입니다. 선조들이 성곽을 어떻게 지었는지 잘 볼 수 있는 곳이 백악산 한양도성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방문한 창의문 안내소에서는 등산하시는 시민분들의 안전과 백악산의 보존을 위해 주말없이 노력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뵐 수 있었다. 또한, 알찬 답변을 해주시기 위해 직접 손으로 내용을 작성해가며 준비해주신 소장님의 모습을 보며 한양도성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설국도성에게도 앞으로의 활동을 진행하는데 큰 추진력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요즘, 누구나 가기 좋은 한양도성 백악산으로 가벼운 등산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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