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기자의 연예수첩 1
얼마 전 한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봤다.
블로그 운영자가 오래전 누군가의 글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보아하니 칼럼이랍시고 썼는데,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얼핏 그럴싸했다.
그러나 논리의 전개 방향도, 문체도 모두 수준 미달. 더 한심했던 건 글쓴이의 태도였다. 잘난 척에 아는 척, 있는 척까지 ‘삼척 정신’으로 똘똘 뭉친 듯한 기운이 글에서 물씬 배어났다.
그런데 잠깐! 읽을수록 어디선가 본 듯한 아니 아주 낯익은 느낌이 스멀스멀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게 웬일! 내가 15년 전 쓴 칼럼이 아닌가!
실소가 터져 나오고 낯은 화끈거렸다. 곁에 아무도 없었길래 망정이지, 누구라도 이 상황을 지켜봤으면 어쩔 뻔했나! 민망하고 나 자신이 한심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IMF 구제금융으로 지금처럼 온 나라가 가라앉아있던 1998년 모 스포츠신문사에 공채로 입사했다. 4년 내내 전공인 영화는 뒷전이고 술과 연애만 들이 파다, 졸업 후 시험 삼아 친 시험에서 아주 운 좋게 합격한 덕분이었다.
기자란 직업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아서였을까?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아 재미가 쏠쏠했다. 예체능계 그중에서도 영화 전공자가 입사 동기들 가운데 나 말고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수습 딱지를 떼자마자 연예부로 배치받아 나름 전공을 살릴 수 있었다.
칼럼 쓰기를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요즘과 달리 당시는 칼럼 출고를 허락받기가 쉽지 않았다. 한정된 오프라인 지면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고정물을 게재하기란 최소 입사 10년째는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데스크와 선배들의 권유와 격려로 시작할 수 있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편집국 특유의 군기가 엄했던 경쟁지에 비해, 신생지만의 비교적 자유로웠던 분위기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가능하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뭘 써도 웬만하면 내부에선 칭찬받고 외부에선 대접받았다. 특히 칼럼에 대한 업계의 피드백은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상대가 화를 내면 맞서 싸웠고, 우는 소리로 사정하면 못 이기는 척 들어주곤 했다. 나름 강자한텐 강하고, 약자한텐 약하던 시절이었다.
여하튼 지금까지 아쉽지 않을 만큼 쓰고 또 쓴 게 연예 관련 칼럼이고 꽤나 잘 쓴다고 자신했던 것도 연예 관련 칼럼인데, 오래전 글을 보며 창피해진 이유는 왜일까? 그렇다면 이 창피함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