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복기하다

조 기자의 연예수첩 2

by 조성준

예전 사진을 볼 때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 언제일까? 아마도 대개는 촌스러운 패션과 헤어 스타일로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을 마주할 때일 것이다.


오래전 쓴 기명 칼럼을 우연히 만났을 당시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내가 나인지도 모를 만큼 나 같지 않던 어렸을 적 나를 길거리에서 조우하고 알아챈 순간의 놀라움이랄까?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연출 초년병 시절 작품 세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꼭 들려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하루는 TV를 보는데 60년대 한국 영화가 방송되길래 아무 생각 없이 봤소. 속으로 '정말 더럽게 못 만들었네'라며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볼수록 낯익어 찬찬히 뜯어보니 내가 연출한 작품이었소. 연탄 공장에서 똑같이 생긴 연탄 찍어내듯이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만들던 시절, 그럼에도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었는데 못 알아봤어요. 어찌나 부끄럽고 창피하던지..."


어딜 감히 임 감독과 똑같다고 강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임 감독처럼 자신의 과거를 인색하게 평가하므로 나 또한 거장이야'란 등식을 제시하고 싶은 건 더욱 아니다. 다만 옛날 사진을 다시 꺼내보았을 때의 감정이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니란 걸 밝히고 싶어 임 감독의 경우를 곁들인 것이다.


오래전 수첩 속 글들을 잘근잘근 씹고 뜯고 맛보면 어떨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지금의 나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은 실망스럽고 부끄러울 것이다. '그때의 난 왜 이 정도로 생각하고 이 따위로 썼을까. 좀 더 잘 썼더라면...' 등과 같은 자괴감에 몸서리를 칠 듯싶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마주할 생각이다. 치기 어렸던, 성숙하지 않았던, 혼자 잘난 맛에 살던 그때의 나를 만나러 이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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