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언급조차 조심스러운 김기덕과 홍상수 1

조 기자의 연예수첩 3

by 조성준

15년 전 글로, 어느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오래전 올려놓은 걸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지난 2005년 5월 15일 자 스포츠서울 지면에 게재했던 칼럼인데, 게재 당시 편집 기자가 달았던 제목을 찾을 수 없어 '이젠 언급조차 조심스러운 김기덕과 홍상수'로 새롭게 제목을 붙였다.


김기덕 감독의 '활'이 사전 시사회 없이 지난 12일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단관 개봉됐다.

홍상수 감독은 11일 '극장전'의 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간담회에서 "배급 방식의 변화를 꾀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 영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적이 없다. 적은 숫자의 스크린에서 일정 기간을 보장받고 개봉하는 방식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김기덕과 홍상수, 한국 작가주의 영화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단기간 광역 개봉 방식(와이드 릴리즈)으로 상징되는 영화계의 '대 자본주의' 논리를 거부하고 독자적이지만 험난한 길을 걸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감독과 홍 감독 모두 해외 영화계에서의 높은 명성과 달리 국내에서는 갈수록 산업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돈 안 되는 영화만 만드는 탓에 대다수의 평범한 관객들과 제작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도 한때는 메이저 배급사 및 제작사와 손잡고 일할만큼 나름대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연출했었다. 그러나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광영 개봉 방식이 일반화되면서부터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전국 관객 45만 명을 상대로 만든 10억 원짜리 영화를 400만 명 이상을 목표로 제작한 100억 원짜리 영화처럼 홍보하고 개봉하는 국내 유명 배급사들의 획일적인 방식에 따른 결과다.


그렇다고 김 감독과 홍 감독을 투사나 선구자로 미화하는 것은 확대 해석일 수도 있다. 본인들의 처음 뜻과는 다르게 제작 및 개봉 환경이 힘들어지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저예산 예술영화의 기존 행로를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특히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관객들과 언론을 상대로 약간 심통을 부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두 감독의 이 같은 시도가 든든한 산업적 토대 없이 외양만 할리우드를 닮아가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미약하나마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을 조금씩 불어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정 영화 2~3편이 국내 전체 스크린 숫자의 70%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규모의 경제' 논리가 판치고 있는 극장가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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