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언급조차 조심스러운 김기덕과 홍상수 2

조 기자의 연예수첩 4

by 조성준

김기덕과 홍상수, 홍상수와 김기덕. 우리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두 감독이다.

둘 다 한때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긍심을 심어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입에 올리길 꺼려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동업자인 영화인들은 물론 대중마저도 언급을 기피하게 된 이유는 굳이 재론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유명 예술가일수록 삶의 윤리적인 태도와 대외적인 업적의 가치가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는 요즘, 김기덕과 홍상수는 시대의 기준을 무시하고 역행하는 행위와 처신으로 자신들이 공들여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극장전.jpg 홍상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감독과 김상경(맨 오른쪽) 등 영화 '극장전'의 주역들이 2005년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네이버 퍼옴


앞서 칼럼을 썼을 때 나름 정의감에 불타오르던 '열혈' 영화 담당 기자로서 김기덕과 홍상수에게 품었던 감정은 일종의 '지못미'였다. 대중의 상업적 외면에도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파는 장인에게 바치는 경외심도 일부 섞여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작품 세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기덕의 영화는 날것에 가까운 시선으로 성(性) 본능과 죄의식을 마구 헤집는 특유의 원시적인 주제 탐닉이 조금 불편했다. 홍상수는 매 연출작마다 술 먹고 잡담하며 서로의 간을 본 뒤 동침하는 극 중 남녀의 반복된 행태가 다소 지겹기까지 했다.


movie_image.jpg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활'의 한 장면. 김기덕 필름 제공


하지만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김기덕과 홍상수의 영화는 '가뭄 속 단비'같았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특히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많은 영화인들이 무리 지어 '유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대박과 한탕의 환상을 쫓던 당시, 가시밭길을 자청하는 '작가 정신'은 꽤나 멋있고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또 돌이켜보면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영화 작가들이란 점도 김기덕과 홍상수에 대한 '실드 치기'를 거들었던 것 같다. 임권택 박찬욱 봉준호와 더불어 한국 영화의 서구 진출을 주도했음에도, 정작 자국에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업적 현실에 약간은 비분강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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