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기자의 연예수첩 12
영화인들이 심각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19로 질식사 일보 직전이다.
우리 사회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 들으면 "너희만 힘드냐"라고 나무랄지도 모른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해 보이긴 하다. 큰돈 들어가지 않는 프리 프로덕션 정도만 제외하곤 촬영부터 상영까지 거의 모든 단계가 올 스톱 상태다.
이 같은 위기는 예상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코로나 19 충격 :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극장 매출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보다 60~70% 줄어들 전망이다.
진짜 문제는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더라도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영화는 보통 제작부터 개봉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제작 단계에서 연기 혹은 취소된 작품들이 늘어나 길게는 내후년까지 상영할 영화 편수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영할 영화 편수의 감소는 홍보 배급 상영, 더 넓게는 영화를 다루는 매체까지 연쇄적으로 일감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영화를 전공하고 잠시나마 현장 스태프로 일했던 대학 재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영화계 언저리에서 놀았던(?) 사람의 한 명으로서,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우려할 만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한국영화는 이렇게 주저앉고 마는 걸까. 과거 수 차례 반복됐던 한국영화의 위기를 다룬 칼럼에서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예전에도 몇 차례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동안 한국영화 산업은 중간 수준이 없었다. 즉 '모 아니면 도' 식의 호황 내지는 불황이었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는 호황과 불황만을 줄기차게 반복하고 있을 뿐, 중간 단계의 평지는 아예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만 구성돼 있다. 아마도 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산업화가 만들어낸 양지와 음지가 아닐까 싶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위기론' '거품론' 등과 같은 경고 신호가 한국 영화계를 상대로는 쉽게 먹혀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언론이 '위기론'을 제기하면 영화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초대형 히트작들을 양산해내며 '위기론'을 불식시켰다. 따라서 영화는 유독 예측이 쉽지 않은 분야의 산업으로 취급받아왔다.
다음 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