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준 Jun 29. 2020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일본 정치인 1

조 기자의 연예수첩 18

연예 분야에서도 일본은 상대하기 복잡 미묘하고 애매모호한 대상이다. 개개인으로 만나면 참으로 살갑고 한류의 물꼬를 처음 튼, 그래서 무척이나 고마운 이웃 나라이지만 역사 왜곡 및 과거사 반성과 관련해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고집하는 모습은 이젠 신물이 날 정도다.


앞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킷(junket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여러 나라의 영화 담당 기자들과 영화 평론가들을 지역별 주요 국가로 초청해 개최하는 대규모 신작 홍보 행사) 개최국이 아시아에서는 일본이었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많을 땐 한 달에 평균 두 번 이상 일본을 다녀오곤 했다.

그래서인지 자주 오갈 때는 도쿄가 부산처럼 친숙하게 느껴졌고, 일본인을 만나면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편했다.


그때 자주 접했던 일본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체적으로 말이 잘 통했다. 혼네(속마음)는 알 수 없었지만, 다테마에(겉마음)는 소통에 무리가 없었다.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들의 국민성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고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일본, 구체적으론 일본 정치인들이 저지르고 있는 행태를 보면 그들이 나름은 꽤 가깝게 여겨왔던 이웃이 맞나 싶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 예술을 포함한 민간 영역이 그동안 힘들게 다져온 교류의 토대가 일본의 몰지각한 몇몇 지도층으로 인해 빠르게 허물어져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2014년 2월 7일 자로 출고했던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일본 정치인'은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딸과 밥상에서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칼럼이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과 얼마 전 꽤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달 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가 애니메이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애니상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한 딸은 "그 영화 나쁜 영화인데도 상 받았다고 누가 그랬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말에 깜짝 놀라 "나쁜 영화? 전쟁 미화 논란 말이니? 글쎄다... 넌 작년에 어떻게 봤어?"라고 물었다. 딸은 "난 되게 슬펐어. 그게 다야. 내가 잘못 본 거야?"라며 되물었고, "영화를 본 느낌에 정답이 어디 있겠니. 네가 본 게 정답이야"라고 에둘러 답해줬다.


지난해 9월 국내 개봉을 한 달 여 앞두고 미야자키 감독은 한국 취재진을 도쿄 인근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으로 통하는 그는 자국 취재진도 잘 안 만나주기로 유명한 인물. 그래서 당시의 만남은 무척 설렜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 회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일상에 목마른 스타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