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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Aug 04. 2020

개성을 인정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예능은 불가능하나?1

조 기자의 연예수첩 29

얼마 전 개그맨 남희석이 동료 김구라의 오랜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다소 무례해 보이는 진행 태도를 지적해 이런저런 말을 낳았다. 

남희석은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을 통해 김구라가 MBC '라디오스타'에서 후배 개그맨들을 상대할 때 보여주는 언행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고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충동적으로 쓴 글이 아니란 걸 강조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싸움 붙이기 좋아하는 연예 매체들과 네티즌이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남희석의 지적과 비판을 가만둘 리 없었다. 오래전 홍석천이 남희석을 언급했던 방송 내용과 남희석이 후배 여성 연예인의 SNS에 달았던 댓글을 찾아낸 뒤, 남희석을 상대로 '넌 뭐 얼마나 잘났길래 지적질이냐'는 식의 역공을 퍼부었다. 


참으로 어이없으면서도 너무 익숙해 매우 짜증 나는 광경인데, 앞서 첫 문장을 '... 낳았다'로 마무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오랫동안 해 왔던 밥벌이의 관성 탓인지 상황을 살짝 부풀려 임팩트 있게 글의 출발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뜨거운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내지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등과 같은 표현을 쓸 뻔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뜨거운 찬반양론'과 '큰 화제'는 없었다. 대신 기존의 연예 관련 기사에서 흔히 봐 오던 자극적인 제목 뽑기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식의 댓글 소환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취재와 분석은 정작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개적인 자리에선 남 얘기하길 극도로 꺼려하는 연예인, 그중에서도 모두가 한 식구처럼 똘똘 뭉쳐있기로 소문난 개그맨이 비슷한 또래의 동료를 대 놓고 실명 비판하기란 매우 드문데도 말이다.


관련해 10년 전 '고(故) 배삼룡, 그의 순한 개그를 추억하다'란 제목으로 지면에 게재했던 칼럼을 소개할까 한다. 어쩌면 누구를 향한 애정 어린 고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복기의 기회이고, 또 어쩌면 둥글둥글 모나지 않았던 예전 코미디에 대한 존경의 글일 수 있겠다.


아마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을 겁니다.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의 창사 기념 잔치에서였습니다.


사원들이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는데, 인기 연예인들이 총출동해 눈이 휘둥그레진 기억이 있습니다. 


코미디언 남철 - 남성남 듀오의 '왔다리 갔다리' 춤이 끝나고, TV에서 자주 보던 한 중년 남자가 후줄근한 양복을 입고 비틀거리며 무대에 나오자 행사장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빵'하고 터져 나왔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별다른 동작도 취하지 않았는데, 단지 걸음걸이만으로 사람을 웃길 수 있다니요.


등장은 말 그대로 '웃음 폭탄'의 전주곡에 불과했습니다. 상의를 벗은 그가 양 소매와 등판이 떨어져 나간 셔츠 차림으로 흥겨운 음악에 맞춰 '개다리 춤'을 추기 시작하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좌중의 절반, 아니 모두가 배꼽을 잡고 쓰러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 광경을 바라보며 심지어 '이렇게 웃다가는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30여 년 전 그 자리에서 모든 이들을 폭소의 바다로 몰아넣었던 그분은 바로 지난 23일 타계한 코미디언 배삼룡이었습니다.


다음 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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