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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Aug 20. 2020

더 많은 멀티 엔터테이너들이 등장하길 기대하며1

조 기자의 연예수첩 35

얼마 전 극장에서 엄정화 주연의 코믹 액션물 '오케이 마담'을 봤다. 엄청난 내공과 무시무시한 과거를 숨기고 살아온 꽈배기 맛집 주인 아줌마가 난생 처음 떠난 해외 여행길 기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와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 등 전체적인 완성도는 구체적인 언급이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큼 평이하고 익숙했다. 계절 특수를 노린 킬링타임 무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엄정화의 액션 연기였다. 아주 뛰어나고 능숙하다곤 할 수 없지만, 눈빛 등 감정 표현과 분위기만으로 그럴듯하게 해 냈다. 액션에 처음 도전하는 지천명의 여성 연기자로는 최상 혹은 최선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오랜 수식어가 말해주듯 엄정화는 연기와 노래를 처음부터 겸했던, 출발부터 '멀티 엔터테이너'였다. MBC 합창단 시절을 제외하고,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출연과 '눈동자'가 수록된 1집'소로우풀 시크릿' 발매가 이뤄졌던 1993년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멀티 엔터테이너로 살고 있는 것이다.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니다. 쇼비즈니스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미국과 일본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멀티 엔터테이너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은 한국 연예계에서,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배우와 가수를 모두 고집하며 겸업하고 있는 건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지난 2018년 10월 18일 출고했던 '더 많은 멀티 엔터테이너들이 등장하길 기대하며'는 엄정화의 한참 어린 후배들인 레이디 가가와 아이유의 연기에서 깊은 감동을 받아 쓴 칼럼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한동안 우리 연예계에서 '멀티 엔터테이너'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의 대상이었다.


연기자가 노래를 하거나 가수가 연기를 할 때면 '외도' 혹은 '부업'이란 표현으로 다소 낮춰보곤 했다. 결과에 들이대는 잣대도 유독 엄격해, '한 우물만 파라'는 식의 훈계를 곁들여가며 본업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했다.


그래서였을까, 일례로 희극인 고(故) 구봉서는 4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명배우이기도 했지만 한국 영화사의 주요 인물로 평가받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70~1980년대 '오빠부대'를 이끌었던 가수 남진과 전영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남진은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등재된 출연작 편수만 무려 72편이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그에 대한 영화계의 공식적인 평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전영록 역시 가수로 맹활약하면서도 청춘영화의 아이콘에서 액션 프랜차이즈물 '돌아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등 다방면에서 아주 진귀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인기를 등에 업고 연기를 잠시 겸업했던 가수'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다.


다음 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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