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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Aug 24. 2020

더 많은 멀티 엔터테이너들이 등장하길 기대하며2

조 기자의 연예수첩 36

이전 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100일도 안 남은 올 한 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게 연기한 여성 연기자를 꼽으라면 단연 '나의 아저씨'의 이지은이다.


깜찍한 자태로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좋은 날'의 한 대목)을 외치던 아이유가 아닌, 거칠고 냉소적인 성격의 고단한 청춘을 완벽하게 소화한 이지은이 최근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스타어워즈' 시상식에서 연기만 하는 전업 배우들을 물리치고 여자 중편드라마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전위적 패션과 무대 퍼포먼스로 익숙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도 이지은의 수상 소식을 접할 때와 비슷하다.


민낯에 가까운 일상생활의 얼굴을 처음 공개한 영화 '스타 이즈 본'으로 내년 아카데이 여우주연상 후보 반열에 벌써 올랐다는데, 상을 받더라도 무엇 하나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열연했고 호연했다.


물론 눈길 끌기 식 마케팅 혹은 단발성 이벤트 차원의 '영역 넘나들기'는 별로 반갑지 않다. 이를테면 기본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소속사의 일방적인 주도로 이뤄지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겸업이 대표적이다.


재능과 열정 그리고 진심이 뒷받침되고 느껴진다면 멀티 엔터테이너들의 '영역 넘나들기'는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더불어 이들의 팔방미인 재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자주 이뤄졌으면 한다. 더 많은 멀티 엔터테이너들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얼마 전 방송됐던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환불원정대'의 결성 과정이 그려졌다. 환불원정대는 유재석 이효리 비가 모였던 '싹쓰리'처럼, 여성 아티스트 4명으로 구성된 방송용 프로젝트 그룹. 이효리가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를 출발점 삼아,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등 이른바 '센 언니' 캐릭터 4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이효리는 엄정화에게 "나이를 먹으면서 음반 발표 등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지금의 나라면 (엄)정화 언니는 어땠을까'를 생각했을 만큼, 정화 언니는 많은 여성 연예인들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후배의 이 같은 헌사에 엄정화는 담담한 어조로 "나 젊었을 때만 해도 서른 넘은 여가수는 댄스곡을 부르질 않았지"라고 회고했다.


물론 엄정화 이전에도 여성의 몸으로 멀티 엔터테이너에 도전했던 이들은 간간이 있었다. 노래란 한우물만 팠을 것 같은 패티김 혜은이 인순이 등도 단발의 이벤트성이긴 했지만 젊은 시절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 특히 혜은이는 전성기 미모가 아이유에 버금갈 정도였는데, 연기도 곧잘 해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곤 했다.


여성 멀티 엔터테이너를 주로 언급했지만, 그렇다고 남성 멀티 엔터테이너들이 편하게 살았던 건 아니다. 위의 칼럼 내용대로 그들 역시 쉽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과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영록 이후로 1980년대 중후반 장궈룽(장국영)과 류더화(유덕화) 등 연기와 노래를 겸하는 홍콩 스타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을 평정하면서 남성 멀티 엔터테이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누그러졌다.

덕분에 김민종이 등장했지만, 그 마저도 표절 시비로 가수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비 정도가 남성 멀티 엔터테이너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직 아이돌이 미래의 밥벌이용으로 섣불리 연기에 도전하거나,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추억팔이용으로 노래를 겸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남녀 불문하고 우리나라에서 멀티 엔터테이너로 살아가고 인정받기가 매우 쉽지 않다는 걸 앞서의 꽤 많은 사례가 얘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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