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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Sep 09. 2020

딸바보 아빠들의 사적 응징에 대하여3

조 기자의 연예수첩 40

그런데 잠깐! 부성애는 영화에서처럼 대부분 폭력을 곁들여야만 뒤늦게라도 주변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일까? 꼭 거칠고 투박한 부성애를 앞세워야만 데면데면했던 딸과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인가? 이 모든 게 지금까지 부성애를 평가해오던 편견 내진 선입견 탓 아닐까?


만약 '부성애는 선이 굵어야 한다'는 명제가 지금까지 통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끈질기게 고집해 온 가정 내 성(性) 역할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집안에서만큼은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부성애의 전형(典型)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트릴 수 있는 묘수는 없는 걸까. 관련해 지난 2018년 개봉작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2'는 집안에서의 진정한 성 역할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물음에 아주 적절한 답을 제시한다.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웬만한 실사영화보다 훨씬 뛰어난 만듦새를 자랑하고 있으니 반드시 관람하길 권한다.


밥은 구성원 모두가 초능력자인 인크레더블 가족의 가장이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답게 가정에서의 권위도 대단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춘기로 접어든 딸과 아들에겐 무시당하고, 회사에선 해고당할까 두려워하는 '젖은 낙엽' 신세다.


아내인 헬렌은 밥을 대신해 바깥 활동에 나서고, 밥은 '하우스 허즈번드'로 자리를 옮겨 갓난아기인 셋째 잭잭의 육아까지 도맡게 된다. 주부로서 할 일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며 급기야 무력감까지 느끼는 밥, 그러나 어느 날 잭잭마저(?) 대단한 초능력의 소유자로 태어났다는 걸 헬렌보다 먼저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


결국 밥과 그의 가족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규정지어 왔던 그동안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게 되면서 진정한 행복을 되찾는다. 물론 이들의 맹활약에 따른 지구 평화는 덤이다.


우리 사회의 '다리'에 해당되는 세대인 터라 '엄근진'했던 예전 아버지상도, '꿀잼'이자 '애빼시'인 인 요즘 아버지상도 모두 익숙하다. '인크레더블 2'에서 가정을 등한시하고 슈퍼 히어로의 임무에만 열중했던 밥과 자녀들의 고민은 물론 숨은 재능까지 자상하게 살피는 밥의 모습, 둘 다 어느 정도 낯익다. 

그러나 잘 알고 있다는 게 과거와 현재 아버지상의 장점만 취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닐 때가 잦아 헷갈리곤 한다.


이를테면 아버지와 다 큰 자녀, 특히 아들과 반말로 대화하는 장면은 '저래도 될까...' 싶을 만큼 여전히 어색하다. 반대로 아버지가 괜한 권위를 앞세워 자녀들을 쥐 잡듯 대하면 '세상 바뀐 걸 모르고...'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낀 세대' 중년 남성 가장의 어쩔 수 없는 양가적 고민으로, 확실한 기준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아내와 자녀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외면받기 십상인 탓에 그저 눈치만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예전 아버지들처럼 가족을 상대로 '입은 닫고 몸으로 뭔가를 보여주던' 시절은 이미 옛날 얘기란 것이다. 경험상으로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언성을 높이며 회초리로 훈육하면 효과는 그때뿐이다. 또 스님과 신부 등 성직자가 질문 던지듯 진심을 담아 짤막하게 조언한답시고 한 마디씩 툭툭 내뱉어봤자 상대는 알아듣지 못한다. 아마도 "개 재미없다"는 핀잔만 들을 게 틀림없다.


따라서 고전적인 형태의 부성애는 더 이상 없다는 게 결론이다. 특히나 요즘 같은 세상에선 있다고 해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게 두 번째 결론이다. 편안하게 소통하고 약점 드러내길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공감할 줄 알아야 진짜로 강한 아버지다! 물론 영화 속 그들처럼 싸움 실력도 출중하면 금상첨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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