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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Sep 14. 2020

극단적 선택은 아름다운 퇴장이 될 수 없다1

조 기자의 연예수첩 41

설리와 구하라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는 매우 가슴 아파했다. 둘 다 어머니 등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 구성원과 사이가 유독 원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후에 차례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더했다. 


사회면 뉴스의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최후의 보루'다. 어머니란 이름의 마지막까지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잃어버린 삶의 의지를 다시 일깨워주곤 한다. 


하지만 설리와 구하라 모두 그러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응원하고 보듬어 줄 단 한 사람, 어머니가 그들 곁에 없었다. 어쩌면 비극은 가장 기초적인 관계의 결핍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다.


12년 전인 지난 2008년 4월 '자살은 아름다운 퇴장이 될 수 없다'란 제목의 칼럼을 출고했다. 그때만 해도 칼럼은 물론이고, 모든 기사에 '자살'이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대부분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으로 순화한다. 긍정적인 변화다. 나이를 먹을수록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단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이번에 제목을 손본 이유이기도 하다. 


스턴트맨 출신인 리처드 판스워드가 지난 1999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 생애 처음으로 주인공을 따냈을 당시의 나이는 무려 77세였다. 암 투병중이기도 했던 판스워드는 그리고 일 년 뒤 자택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할리우드는 뒤늦게 꽃 피웠던 그의 연기 인생이 화약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진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만약 판스워드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했을까? 설령 다시 무명 시절로 돌아가 영화팬들의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초라하게 사망했다 하더라도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출연작들은 몇 편 더 남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였던 커트 코베인을 떠올려 본다.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진 코베인이 미국 시애틀의 숲 속 오두막에서 엽총 자살을 선택하는 대신,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웠으면 훗날 음악팬들이 너바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졌을 것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노출돼 있는 유명인들일수록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불꽃처럼 피어났다가 사그라드는 극적인 삶에 본인도 모르게 매료되는 경우가 꽤 여럿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판스워드와 코베인을 제외하고도 몇몇 인기 배우들과 가수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신화와 전설로 포장되곤 했다. 그들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영원한 비밀로 남았지만 말이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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