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준 Sep 28. 2020

극단적 선택은 아름다운 퇴장이 될 수 없다3

조 기자의 연예수첩 43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관찰자로 연예계 주변을 꽤 오랫동안 어슬렁대다 보니 연예인 지망생 내진 지망생의 가족과 지인을 만날 때가 잦다. 그들을 만나면 주로 받는 질문이 "연예인 되면 좋죠?"다.


좋냐고? 좋다! 단 '인기'를 누릴 때만 세상 그 어느 직업보다 좋다.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노력과 재능으로 자유롭게 부와 명예를 즐길 수 있는 밥벌이가 어디 흔할까. 영혼을 끌어와 팔아서라도 뜨기만 하면 대통령과 재벌 부럽지 않다.


반대로 대다수의 인기 없는, 이른바 '비인기' 연예인은 가장 보잘것없는 직업군에 속한다. 연기와 노래도 일종의 노동이라면, 노동의 성과를 대중으로부터 아예 평가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해서다. 

그래서 감히 조언이랍시고 건넨다. "재능 끼 외모 다 갖췄어도, 강철 멘탈이 아니면 목표를 바꾸라"라고. 또 "정신줄 놓기 딱 좋은 동네이므로, 웬만한 강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연예인은 언감생심 꿈꾸지 말라"라고.


강철 멘탈이 아닌데도 연예인으로 성공하길 열망하고, 최정점을 거쳐 변신을 꿈꾸거나 하산길에 들어선 이들이 가장 문제다. 실력이 있고 없고와 상관없이 인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중의 차가운 무관심을 견뎌내며 이름을 알리고 재기할 때까지 버텨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만나본 많은 연예인들은 무명 시절 혹은 재기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궁핍 이상으로 가장 괴로웠던 것이 '무(無) 존재감'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여성 연예인일수록 심하게 흔들리곤 한다. 남성보다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좁은 탓에, 극심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낼 만한 자신만의 수단이 그리 많지 않아서다. 

조금만 일탈과 파격을 꿈꿔도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말들로 인해 심신은 극도로 위축되기 일쑤다. 물론 대다수는 운동과 취미 활동 등 건전한 자기 수련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지만, 극소수는 고통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순간의 즐거움을 탐닉하다가 스스로 무너져 내리곤 한다. 그러다 결국은 비극적인 상황마저 초래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 같아선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데뷔 전후 수시로 멘탈 테스트를 실시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 이유다.


어렵게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와중에도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유명 남녀 연예인이 줄줄이 우리 곁을 스스로 떠나고 있다. 그것도 무려 네 명이나 '극단적 선택'에 자신을 내맡겼다. 

특히 이들 중에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봄의 눈' 등으로 잘 알려진 여성 톱스타 다케우치 유코도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다. 단아한 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한일 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다케우치는 최근 재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낳은 것으로 알려져, 팬들의 슬픔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미화하고 싶진 않다. 다만 이들의 '극단적 선택' 이, 혹은 걸그룹 출신 몇몇 여성 연예인들처럼 '극단적 선택'을 SNS로 예고하거나 암시하는 행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선 상당히 우려스럽다. 그들에게 '공인(公人)'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요하진 않더라도,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어떤 식으로든 좌우되는 대중을 위한다면 반드시 삼가야 할 언행이다.


과문한 탓에 '극단적 선택'의 방지책으로 획기적인 사회적 장치 등을 제안할 만한 깜냥은 못된다. 그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한마디를 살갑게 건넬 능력 또한 부족하다. 

다만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의지대로 도중에 멈춰도 될 만큼 비루하거나 덧없는 삶은 없다는 것이다. 레이스 도중 넘어지든 쓰러지든 완주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삶이다. 자기 마음대로 판을 거두거나 중단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보잘것없는 퇴장이자 그리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 아니겠나.





작가의 이전글 극단적 선택은 아름다운 퇴장이 될 수 없다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