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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Oct 05. 2020

싸이를 '노는 아이'로 그냥 놔 두자1

조 기자의 연예수첩 44

코로나19 여파로 뭘 해도 썩 즐겁지 않은 요즘이다. 아니 뭘 하지 못해 짜증 나고 답답한 요즘이다.


일 년 중 가장 흥겨워야 할 한가위 연휴도 다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이 귀향 대신 선택한 이른바 '추캉스'(추석과 바캉스)로 방역 허점에 대한 우려는 다소 커졌지만 예년보다 오가는 사람의 수도, 찾는 곳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연휴 기간 중 범죄도 지난해 대비 20%가량 감소했다고 하니,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전반의 발목을 붙잡은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그 와중에 제대로 한방 터트린 추석 특집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다. '은둔 가황(歌皇)' 나훈아의 비대면 단독 콘서트로,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재방송과 다시보기 서비스 없이 무려 2시간 반 가까이 생방송됐다. 


결과는 예상대로 대성공! 플랫폼 다변화로 이제는 방송계 '꿈의 수치'가 된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콘서트 제작 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긴급 편성되는 등 화제 만발이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 말고도 무엇보다 가장 신기하면서도 어이없었던 건 콘서트 도중 나훈아의 발언을 놓고 아전인수 격의 해석으로 갑론을박했던 정치권의 반응이었다. 야권은 나훈아가 현 정부를 저격했다며 내심 쾌재를 부르는 듯했고, 여권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정부와 국민을 칭송한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평소 '정치 혐오론자'는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인사들과 일부 보수 언론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온 국민의 '즐길 거리'마저 정쟁과 이념 대결의 수단으로 삼는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훈아가 어떤 의도로 그처럼 얘기했는지는 나훈아 본인이 털어놓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다. 무대 위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나훈아가 "실은요..."라며 속내를 공개할 리 없다. 그럼에도 몇몇 정치인들과 기자들이 마치 나훈아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은 다소 역겹기까지 했다.


대중도 이 같은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고 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면 충분할 대중예술인 혹은 대중문화 상품에 '엄근진'한 태도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때가 간혹 있어서다. 


지난 2013년 4월 출고했던 "싸이를 '노는 아이'로 그냥 놔두자"란 제목의 칼럼은 당시 '강남스타일'로 얼떨결에 '국가대표 연예인'이 된 싸이의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주자는 의도에서 작성했다. 나훈아의 발언을 둘러싼 지금의 상황만큼은 아니더라도, 보기에 따라서는 비슷한 각도에서 다가갈 수 있는 사례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과 새 안무가 12~13일 이틀에 걸쳐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일단 대중과 평간의 반응은 호불호로 분명하게 갈린 듯싶다. 좋아하는 쪽은 '강남스타일' 만큼이나 쉽고 재치 있으며 중독성이 강하다는 지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싫어하는 쪽은 폭발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 가운데 찬반양론을 가장 세게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은 아마도 '말춤'의 뒤를 잇는 후속 안무일 것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활용하고, 18년 전 남성 댄스그룹 노이즈가 선보였던 '상상속의 너' 안무의 일부까지 빌려온 퍼포먼스 때문일 텐데 오리지널리티가 너무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독창성의 결여로만 무조건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다음 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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