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준 Oct 08. 2020

싸이를 '노는 아이'로 그냥 놔 두자2

조 기자의 연예수첩 45

이전 회에서 이어집니다


데뷔 당시부터 싸이는 자신이 부른 '떼창'용 노래, 즉 공연장에서 대규모 관객과의 접점을 노린 자작곡에 있어서만큼은 샘플링 기법과 리메이크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왔다.


데뷔곡 '새'는 올드팝 '비너스'를, '챔피언'은 영화 '비버리힐즈 캅'의 OST 연주곡인 '엑셀 에프'를 각각 샘플링했다. 또 '환희'는 정수라의 원곡을 리메이크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레이드 마크인 '말춤' 역시 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에겐 무척 익숙한, 1980년대 중반 이른바 '닭장'으로 통하던 디스코데크에서 유행하던 춤을 변용한 안무다.


그러므로 이번 신곡의 퍼포먼스 역시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했느냐로 깐깐하게 해석하기보다는, '온고지신'에 익숙한 본인의 주특기를 앞세워 해외 팬들에게 다시 한번 어필하겠다는 흥행 전략의 일환으로 인정하는 게 창작자의 의도까지도 감안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지금 국내 음악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싸이가 이제껏 그랬듯이 '노는 아이'로서의 본모습을 충실히 지켜가고,  '소포모어 징크스'를 의식해 지나친 음악적 엄숙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 즐겨 주는 일이다. '강남스타일'처럼 들어서 흥겹고 봐서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를테면 '태극마크'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을지 모를 싸이에게 필요 이상의 음악적 성장과 변신을 강요하지 말자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싸이의 '젠틀맨'은 빌보드 차트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유명 래퍼 겸 배우 스눕 독까지 피처링으로 끌어들였지만, 전작 '강남스타일' 만큼의 상업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한 술 더 떠 춤은 물론 음악적으로 진부하다는 혹평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 싸이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강남스타일'의 예상하지 못했던 대히트로 '미국병'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뭘 해도 '강남스타일' 이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젖어들었다. 미국병을 이겨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추정하건대 '미국병'은 아마도 두 번째 이유였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태극마크의 무게'였으리라 본다. 엉겁결에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올라섰으나, 실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그 자리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던 탓에 경쾌했던 몸놀림이 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때를 돌이켜보자. 남녀노소 계층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외국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두 유 노우 싸이?"를 습관처럼 내뱉던 시절이다. 

우리야 같은 한국인으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싸이가 너무 자랑스러워 무심코 던진 말이었겠지만, 정작 당사자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데, 내가 이 수준은 아니지 않나...'싶어 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고작(?) 빌보드 '핫 100' 2위에 올랐던 싸이가 이 정도였는데, 몇 년째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어떨까.

훈장 수여는 기본이고, 자신들은 "군에 갈 때가 되면 가겠다"며 입도 떼지 않았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알아서 '병역 특례'를 외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반갑기만 할까.





작가의 이전글 싸이를 '노는 아이'로 그냥 놔 두자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