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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Oct 15. 2020

싸이를 '노는 아이'로 그냥 놔 두자3

조 기자의 연예수첩 46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이 앞다투어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 혜택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긍정적 검토를 전제로 이들의 의견에 힘을 보탰고, 또 다른 여당 의원은 "프로게이머 등 e스포츠 선수들도 방탄소년단 못지않게 국위를 선양하고 있으므로 병역 특례가 필요하다"며 슬쩍 숟가락을 얹기도 했다.


시류를 타고 소속 정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정치인들의 속성이 진하게 반영된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다.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가족은 물론, 팬클럽 '아미'마저 원하지 않은 병역 특례 혜택을 일면식도 없는 정치인들이 요구하고 나섰으니 코미디라면 코미디다. 


그러나 해프닝 혹은 코미디라고 해서 마냥 웃고 넘길 수도 없는 이유가 있다. 자력으로 성공한 대중문화예술인의 향후 갈 길에 국가의 과도한 배려(?)가 뒤늦게 개입하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지원을 핑계로 상대가 원하지도 않은 친절을 베풀고 심지어 간섭을 서슴지 않아,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되는 모양새로 흐를까 싶어 걱정이다.


대중문화예술의 참된 부흥을 위해선 오히려 약간의 '무관심'이 필요하다. 액면 그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가 아닌, 뭘 하든 요란 떨지 말고 다소 무심한 듯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자는 뜻이다. 정부든 대중이든 조언하고 도와준답시고 사사건건 '감 놔라 배 놔라'를 연발하며 일일이 간섭하는 건 아티스트의 부담감을 높여 창작물의 완성도를 끌어내리는 언행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급적 내버려 두자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 '국가주의적' 색채까지 얹으면 최악으로 치닫는다. 스스로 벌떡 일어선 아티스트들에게 강제로 태극마크를 달아준 뒤,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앞날에 재를 뿌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법규가 허락하는 틀 안에서 아티스트가 제멋대로 뛰놀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게 올바른 지원이요, 제대로 된 뒷받침이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방탄소년단은 제이슨 데룰로와 손잡은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으로 다시 빌보드 '핫 100' 정상을 밟았다. 앞서 세 차례나 1위를 차지했던 '다이너마이트'는 같은 주 2위로, 노래 두 곡을 나란히 1~2위를 올려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점도 절묘해 이 같은 소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무총리의 축하에 이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입대 연기 등을 허락하는 법 개정도 공식적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표면적인 이유야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라고 하지만, 콕 집어서는 군 입대가 코 앞으로 닥친 방탄소년단의 일부 멤버들을 위한 '과잉 친절'이다.


아티스트에게 '태극마크 달아주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다행스럽게도 대중은 슬슬 알기 시작한 것 같다. 빌보드 차트의 권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에 비해 달라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우선은 이들을 상대로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자칫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우려에서 비롯된 인식 변화다. 


문제는 여전히 정부와 정치인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명언처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원칙을 반드시 지키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멀찌감치 떨어져 지원은 하되,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배려는 삼가자'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길 바란다. 여론과 표만 의식해 겉만 번지르르한 지원책을 쏟아내 봤자, 정작 당사자들인 대중문화예술인들은 그 속에 담긴 저의를 의심하며 시큰둥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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