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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Oct 20. 2020

마이너 영화 수입업자의 가치1

조 기자의 연예수첩 47

3년 전이다.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을 찾았을 적의 일이다. 기자가 아닌, 영화 수입사 직원 자격이었으므로 더 많은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진짜 속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영화를 팔러 온 쪽이나 사러 온 쪽이나 정신 못 차리는 표정이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신(新) 메이저 스튜디오의 왕성한 '식욕'때문이었다. 


사러 온 쪽, 즉 바이어 처지에선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매물로 나온 신작 영화들의 상영 판권을 경쟁이나 하듯이 앞다투어 모조리 사 들이는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린 듯한 눈치였다. 셀러들은 이들이 제시한,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큼 높은 금액에 홀라당 넘어가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해하는 눈치였다. 


세계 영화시장의 오랜 패러다임이 상전벽해 식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걸 그 변화의 한 복판에서 두 눈으로 목격하고 체감했다. 하지만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진 몸에 밴 관성 탓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3년 여가 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마비시킨 요즘, 누가 뭐래도 이제 넷플릭스는 대세가 됐다. 제록스와 구글이 복사와 인터넷 검색을 각각 뜻하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은 것처럼, "넷플릭스나 때릴까?"는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나 한편 때릴까?"의 의미로 통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 가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여기에 영상 콘텐츠 소비 스타일의 근본적인 변화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를테면 휴대전화의 작은 액정화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로의 이 같은 주도권 이동은 가장 먼저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산업의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영화의 흥망성쇠 여부와 상관없이 나날이 몸집을 불려 가던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긴축 경영을 선언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관객수가 무려 70~80% 급감해서다.


제작 경향도 달라질 조짐이다.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단순해지면서,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물처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아주 강해 극장에서의 체험을 필요로 하는 극소수의 블록버스터와 흥행 여부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저예산 영화만 살아남게 되리란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총 제작비 50~60억 원의 중급 규모의 영화와 마이너 영화 수입업자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게 분명해 보인다. 젊은 관객들에게 어중간한 사이즈의 영화는 솔직히 극장에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제작자들이 외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어중간한 사이즈의 영화, 이 중 외화를 들여와 극장에 거는 마이너 영화 수입업자들 역시 덩치가 쪼그라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멸종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OTT 공룡들의 마켓 싹쓸이로 살 물건(영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어렵게 물건을 구해와 극장 상영까지 밀어붙여도 관객들이 찾지 않아서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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