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기자의 연예수첩 6
한국 사회의 해묵은 숙제이자 오랜 해결 과제로 2가지만 얘기하라면, 개인적으로 '친일(親日) 논란'과 '레드(빨갱이) 컴플렉스'를 들겠다.
이 중 '레드 컴플렉스'는 '지역 감정'과 더불어 조금씩 극복되고 있는 추세로 여겨진다. 일례로 선거 등 국가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일부 특정 세력이 사골처럼 우려먹는 '색깔론'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친일 논란'은 사정이 다르다. 말하기가 여전히 조심스럽다.
과거사의 가해자인 일본의 태도가 그대로이다 못해 오히려 갈수록 불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미래를 함께 할 이웃 국가란 이유 하나만으로 피해자인 우리가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다는 건 원칙에 어긋나고 사리에도 맞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워낙 예민한 문제이므로 친일과 지일(知日), 반일(反日)과 극일(克日) 사이에서 발걸음 한 번만 잘못 디뎌도 벌집 쑤신 듯 난리가 나곤 한다.
이들 사안과 관련된 글을 쓸 때면 개인적 의견과 팩트를 더욱 엄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의견을 담더라도 그것이 국민 대다수의 정서를 건드려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아예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본다.
2005년 12월 스포츠서울에 게재했던 "영화 '청연' 친일 미화 논란 아쉬워"란 제목의 칼럼은 이같은 기준에서 지금 다시 보면 대단히 위험천만해 보인다.
최근 '황우석 쇼크'에 이어 영화 '청연'을 둘러싼 친일 미화 논란을 지켜보며 네티즌 문화에 서글픔을 느끼게 됐다. 자신과 다른 시각과 의견을 배척부터 하고 보는 일부 네티즌의 비뚤어진 황소 고집이 이제는 솔직히 짜증나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29일 개봉 예종인 '청연'이 실존 인물이었던 한국 최초의 민간인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친일 행각을 미화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개인 의견은 시사회에서 미리 관람했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정식 공개되기 전에는 밝힐 필요가 없을 듯 싶다.
공개와 함께 창작자의 손을 떠난 대중예술 작품은 수용자 다수에 의해 그 의미와 느낌이 다양하게 해석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특정 작품에 대한 정보 제공이 아닌 진지한 가치 판단은 대중을 상대로 한 개봉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자신의 의도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수용자에게 강요는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용자들 역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전까지는 창작자의 의도를 함부로 평할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이 두 눈으로 완성품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창작자의 진심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
다음 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