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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준 Jan 12. 2021

한물 간 섹스 심벌의 부활과 사망1

조 기자의 연예수첩 63

얼마 전 그토록 궁금해했던 영화배우 강리나의 근황을 TV에서 확인했다. 세월의 흐름과 맞물려 조금은 후덕해진 외모에, 피천득이 쓴 수필 '인연'의 한 대목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가 떠 올랐다가 급히 생각을 고쳐먹었다. '연기로 계속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강리나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짧고 굵게 스크린을 주름잡았던 섹스 심벌이었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얼굴과 서구형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앞세워 남성 관객들의 혼을 빼놓고 나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호기심을 자아냈다.


알고 보니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화가로 전업한 강리나는 방송에서 자신을 야한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또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던 가족들이 싫어 도망치듯 영화계를 떠났다고 털어놨다. 돌이켜보면 아무 생각 없이 도전한 연기였지만, 참 재미있었다며 길지 않았던 배우 생활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리나처럼 그저 그런 육체파 배우로만 소비되다 사라진 남녀 연기자들이 한국 영화사에 은근히 많다. 1980년대 초반 성(性) 표현을 제약하던 빗장이 풀리면서 쏟아진 에로영화들의 주역들이다. 연극 CF모델 운동선수 등 출신부터 다양했던 이들은 우월한 신체 조건을 앞세워 단숨에 주연으로 올라섰지만 오래 못 가 변방으로 밀려났다. 


일부는 다소 떨어지는 연기력이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제목만 다를 뿐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내용은 모두 거기서 거기인 졸작에만 내리 출연해서였다. 계속되는 이미지 소모에 관객들이 금세 싫증을 내다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8년 9월 10일 자로 출고했던 '한물 간 섹스 심벌의 부활과 사망... 우리는'이란 제목의 칼럼은 전설적인 섹시스타 버트 레이놀즈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썼다. 레이놀즈는 우리로 치면 '변강쇠'의 이대근 같은 배우로, 남성미의 상징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버트 레이놀즈가 8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요즘 20~30대들에겐 '누구지?' 싶겠지만. 레이놀즈야말로 1970년대 전 세계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가장 미국적인 남성 섹스 심벌이었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던 눈빛과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 수북한 콧수염과 가슴털이 그를 '테스토스테론의 화신'으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당시에도 한국 관객들은 레이놀즈에게 유독 시큰둥했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나치게 터프한 섹시가이는 썩 선호하지 않는 국내 성향 탓일 텐데,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제대로 개봉되고 관객들이 들었던 그의 주연작은 '샤키 머신'과 '캐논볼' 시리즈가 거의 전부다.


1970년대까지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1위를 독주하던 레이놀즈의 커리어는 1980년대로 접어들며 급격한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제작과 주연을 겸했던 그저 그런 상업영화들로 남성적 매력을 과소비하면서부터다.


저명한 영화평론가 마크 엘리엇이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삶을 파헤친 평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에는 같은 시대를 풍미했던 레이놀즈와 이스트우드에 얽힌 당시의 흥미로운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다음 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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