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자의 세상을 향한 외침
이렇게 연말 같지 않은 연말은 처음이다.
물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온데간데없고, 앙상한 나무 가지만 어두컴컴하고 흐린 하늘을 가릴 뿐이었다. 고통스러운 2019년, 내 인생에서 가장 낮은 지점이 될 이 한 해가 저무는구나 싶다. 느리게만 흘러가는 시간이 나를 통과하고 있다. 그리고 난 견뎌내고, 살아내고 있다.
그래도 이젠 조금은 고통의 곁에 서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2019년의 마지막 날을 맞아 내년이면 10년을 맞이하게 되는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최근 겪게 된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작은 성취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 믿고 싶다.
나,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방 안에 켜 둔 TV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한창이다. 다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올해는 한 해뿐만 아니라 지난 십 년을 사람들이 되돌아보고 있다. 2020년이 된다고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포스팅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1년, 10년을 위한 목표들을 차근차근 세우고 소셜미디어라는 세상에 공표한다. 앞으로 이렇게 잘 살고 싶다고. 세상살이 험난해도 사회의 억압과 고통에 휘둘리지 않고 똑바로 서있을 것이라고.
나도 고통받는 일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
그리고 흔들리고 싶지 않다.
최근 문학동네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게시글을 봤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요."
"그게 뭐냐?"
"고통을 외면하는 거예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거예요."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돼요."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동안 고통을 겪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수 있지만, 어쩌면 고통을 울부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 소재를 가진 사람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것이 나를 더 고통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난 고통을 외면한 적이 없냐고 물으면, 답은 '아니다'다. 나도 많은 사람들의 외침을 외면했던 적이 많다. 잠깐 시간을 내어 깊이 공감했다가 삶에 휘둘려 흘려보냈던 적도 있다. 괴로워서 살 수가 없는 사람들, 길거리를 막고 시위를 하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다 고통의 울부짖음이었으리라.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건 고통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고통의 울부짖음을 외면받지 않을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2020년에는 행복보다도, 각자 겪는 고통이 마무리되기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한숨 돌리고 일상을 살아낼 수 있기를 기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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