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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리 Jan 09. 2020

일상에 스며든 상담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2019년과 작별하기

크리스마스, 신년을 보내다 보니 휴일이 많아 매주 화요일에 하던 상담일이 계속 밀렸다. 2주까지는 괜찮았는데, 3주까지 밀리니 마음이 갑갑하고 견디기 어려웠다. 조금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에겐 상담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이 나의 일상생활로 스며들었다.


나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상담을 받고 있어.


상담이 나의 생활에 들어오면서, 이걸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친구들은 아무래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서 상담을 하러 가는 용기를 칭찬해주고 응원해줬다. 그러나 특히 부모님 세대는 상담받는다고 하면, 굉장히 심각하고 무섭게 생각해서 내 상황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내가 가는 곳은 '심리상담센터'고, 그냥 친구한테 말하는 것처럼 힘든 일들을 터놓는 곳인데,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어른들은 조금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공개적으로 말하는 걸 꺼리는 것 같다. 그러나 보니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상담을 받으러 가지 못하고 혼자 힘들게 끙끙 고민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진짜 미쳐버릴 것 같다면, 용기를 갖고 나처럼 혼자라도 찾아가 보는  추천한다. (물론 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시간을 서서히 들여야만 나아지는 것 같다.)


한 해를, 특히 불안정한 온갖 상황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생각과 감정을 겪는다. 특정 시기의 한 해에는 더욱 그러한 얼룩들이 남을 것이다.
- 정지우, 고전에 기대는 시간

    


매일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A로 가야지 생각하면서도 정반대인 B로 가야지 갈팡질팡한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힘들다고 토로하기를 반복한다.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어느정도 찾을 때까지는 그런 것 같다. 고통과 번뇌를 겪는 시점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나 자신이 말라 가는 것만 같을 거다. 그러나 너무나 뻔한 말이라 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것 같다.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과 과정도 그저 그 한 해의 얼룩으로 기억 속에 남겨질 뿐이다.


이젠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2019년을 보내고, 상처 난 마음을 보듬는 것으로 2020년을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힘을 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하루하루 견뎌내고 현재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에 욕심냈으면 좋겠다.


Photo by Rosalind Pa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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