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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리 Dec 26. 2019

선택의 기로에 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지금 내려도 될까?

아무것도 결정을 못하겠는데,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살 지, 앞으로 몇 년간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을 이렇게 고통을 겪으며 반쯤 미쳐버린 상태에서 하게 된다니 참 내 미래가 걱정스럽다. 상담을 하면서 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늘어놓고 각 선택지가 나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몇 주에 걸쳐서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이 바뀌고 요동쳤다. 지난주에는 회사에 좀 더 다녀봐야겠다고, 이번 주에는 당장 다 접고 시골로 가서 요양해야겠다고 결정을 밥 먹듯이 바꿨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매주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점차 선택지를 좁혀나가고 있다. 


지난 주보다 조금 더 그 선택지에 대해 생각이 확고해진 게 느껴지네


하루 만에도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 때문에 상담을 할 때 일주일 만에 만나면 선생님도 나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으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회사를 그만두고 1) 다른 나라로 이직하기 2)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기 3) 6개월 정도 푹 쉬기 정도의 옵션을 가지고 고민 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서 어렵다. 일단 세 가지 방향 다 노력해보고 어떤 것이든 얻어걸리면 그것이 하늘이 내게 내려준 운명이라 믿고 싶다.


5년이 지난 뒤에는 첫발을 디뎠던 곳과 겉보기에 매우 다른 어딘가에 도착했다. 길을 잃었을 때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그 끝이 어디든, 당신이 가고자 했던 길을 갔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 트래비스 제퍼슨, <시 유 어게인 in 평양>

   

왠지 이런 마음으로 앞으로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다 보면 몇 년 후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내가 길을 잃었던 거였구나'하고 깨닫게 될까 봐 조금은 두렵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도 3년 전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이고, 또 어려운 시간도 많았지만 그 사이의 시간을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 한 5년 후쯤, 지금 생각한 곳과 아주 다른 어딘가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난 많은 걸 경험하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선택하지 않을까 나 자신을 믿어보고 싶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지금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들지만, 어차피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이 나를 만들어갈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나를 오랜 시간 지켜본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생이 되면, 대학생 때는 취업을 하면, 직장인 때는 결혼을 하면, 이렇게 계속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유예만 해놓고 인생의 다음 단계라고 믿어왔던 방향으로 달려가기만 했는데, 더 이상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역시 미쳐버리기 전에 지금 서 있는 위치를 떠나 모험을 떠나볼 때라고


앞으로 어떻게 삶이 펼쳐질지 잘 모르겠다.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점점 나 자신에게 쌓여있던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5년 후의 나는 지금 이 시점을 돌아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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