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야.
그냥 내 일에만 집중하면 안될까 나야?
집에 와서 씻고 침대에 누웠더니
벌써 한 시네
잡안일도 밀려있고 할 일도 너무 벅차게 많은데
그것들은 급하든 안 급하든
이렇게라도 안 틸어놓으면 숨이 막혀서
일단 다 제쳐두고 이 편지 쓰고 잘 거야
오늘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빴어
정말 어깨에 몸살기가 나도록 열일한 날이었어.
힘들었는데 또 재밌어서 힘이 나고
친구들하고 일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다른 친구들도 보니까 더 즐거웠고
정말이지 눈 바로 뜰 새도 없이 바쁜데
정말 너를 이백 스물 네 번 은 떠올린 거 같아
너한테 사실 솔직히 말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안 까먹게 적어놓느라고 머리랑 손이 너무 바빴어.
그럴 때마다 표정도 시무룩했나 봐
친구가 너 정말 힘든가보다 하고
네가 떠올라서 멍 때릴 때마다 묻더라.
하루하루가 바빠서 다행이었어
널 덜 생각할 수 있고 생각 나도 안 울어지니까
혼자 있어도 사실 진짜 눈물이 나지는 않는데
속은 문드러지는 거 같으니까 혼자 있는 거보다
사람들하고 같이 정신 없이 지내는 게 나아
오늘 어떤 일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감정을 느꼈고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네가 얼마나 많이 생각났는지
너는 그래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너도 내가 조금은 보고 싶었는지
미주알 고주알 전화로라도 나눌 수 있다면
숨김 없이
모든 감정이 환희로 덮였을 텐데...
어떤 하루를 보냈어?
재밌었어?
아님 뭐가 안 좋았을까?
나 때문에 여전히
내가 닿는 것들이 불편해?
너는 가끔 나에게 왜 거짓말을 하냐고 물었지
너도 솔직히, 거짓말 진짜로 안 하냐고 묻고 싶었다.
남 말고
너를 애써 속이는 생각과 말도 안 한다고?
그나마 최근 들어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거짓말 안 하고 그냥 솔직하게 다 말하게 됐는데
절박하게 숨기고 싶은 건 여전히 거짓말을 하게 되. 어쩔 수 없다니까.
너는 내일 모임에 나올까.
오늘 너무 무리했으니 내일 푹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보고 싶어서 나가야겠고
마주치면 얼어붙고 또 상처 받을까 봐 같이 못 있겠다니
다른 일이 있다는 걸 깜박했다고 했지만
나는 왜 그 말이
같이 가겠다는 내가 불편해서 안 가려는 핑계 같을까
화가 치밀어
내가 그렇게 부담스러워?
내 마음이 그렇게까지 불편하고 싫어?
너 진짜 짜증나
나는 누가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좋다고 표현하면
그 마음에 반하던가
호감이라도 불가항력으로 생길 거 같은데.
너는 혹여라도 거기 가는 길에 내 옆에 있게 될까 봐 그게 싫은 거야?
아님 정말 일이 있다는 걸 깜박한 거야 뭐야.
내가 거짓말 하니까
남도 똑같이 그러는 줄 알아서
이런 못된 해석을 하는 걸까.
넌 대체 뭘까
나는 지금 이 글도 안 까먹으려고 집에 돌아가던 중에도 몇 번이나 비상등을 켜고 구석에 멈춰 서서
내리적고 있었는데.
정말 불가항력이라니.
비참해진다 정말...
내일 너를 보고 싶고 안 보고 싶어.
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또
그래서 간신히 아무렇지 않은 척 하거나
너를 피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너한테 느끼는 감정은 부정이든 긍정이든
표현하는 게 왜 이리 어렵지
거절당할까 봐 그게 두렵나 봐.
시험 당하는 건가 싶어 비참함을 느껴.
비폭력대화가 몸에 익은 뒤로는
친구들 가족들 외나무 원수같은 사림들한테도
어렵지 않게 표현하고 애정을 요구하는데
너한텐 그게 안돼
아 짜증나
나 자신과 상대를 깊이까지 파악하고
나와 상대의 니즈에 나를 맞추는 건 짜릿한 일이고
내 안의 감정과 욕구 바람을 표현하는 건
이제 내게 아주 재밌는 놀이가 되어버렸을 정도로
이런 것들을 해내는 게 내 천부적인 재능 같다가도
네 앞에선 모든 게 다 서툴러져.
이런 내가 너무 짜증나 진짜...
네가 곁에 있으면
속으로 얼마나 달달 떨며 울음을 참는지 아무도 모르겠지.
너도 몰랐댔잖아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아니 근데 진짜 아무것도 몰랐어?
내가 그렇게 완벽하게 티를 안 냈어?
의심도 안 들었어?
나는 매일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 같았는데
표현할 용기가 안 났어.
겉으로 무뚝뚝한 것만 보여주어서
네가 내 감정을 믿을 수 없는 걸까.
보고 싶어 만나러 와 줘 라고
더 용기를 못 내겠어
너는 거절할 거란 걸 알고 있어도
거절 당할 때마다 숨이 끊어질 거 같아.
진짜로 죽지는 않겠지만
내 멘탈이 지금까지 버티는 게 용할 지경이야.
이미 몇번이나 날 거부했잖아.
너에게 거부 당하고 무시당한 느낌이 얼마나 날 비참하게 하는지... 짐작이나 가?
하도 숨이 막히고 너덜너덜해졌더니
더 용기를 낼 용기가 불 타 없어졌어.
짜증나
이 복잡한 마음을
비폭력에서 제안하는 대로
세밀한 감정 욕구로 살필 여유 따위?
없어.
너한테선 모든 게 초조하고 조급해져.
그래서 짜증나.
차였으면 접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
아무 표현 못 했던 짝사랑도
완전히 씻어내는데 10년은 걸렸는데
너를 지워내는 덴 얼마나 걸릴지
까마득 해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