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1
벌써 연말이구나_꿈 속에서 사실은 내가 나를 죽였다는 걸 모르지 않지
by
이브의 설렘
May 27. 2023
연말로 접어들면서 아홉수라고 칭하고 싶은 일들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소소한 거로는 차가 두 번이나 방전이 되어 오돌돌 떨며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
차 배터리를 충전시켜서 간신히 집에 돌아왔더니, 차키를 차 안에 두고 문을 닫아서 보험을 다음 날 또 부르게 된 일들 정도랄까.
이 일들이 이번 며칠 내에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걸 몸소 겪고 깨닫게 된 것도 있고
터지지 않게 숨겨둔 게 밖으로 튀어나가서 물을 엎질러 버린 일도 있다.
다 터져버려서 속이 조금은 시원해졌지만 또다른 감정들로 요 며칠 하루하루가 고단했다.
마음이 오갈 데가 없는 것마냥 튀어 다녔다.
허탈하고 화가 났다가 눈물이 터졌다.
해탈한 듯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가 입술을 앙 다물고 있어야 슬픔이 가라앉았다.
자주 멍을 때렸다. 희망을 가져봤다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가 또 화가 나기를 반복했다.
겉으로는 태연하게 굴고 있지만 요즘의 나는 그랬다.
요즘의 근황과 마음은 아주 어지럽다.
겨우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나는 한 사람 생각에 사로잡혀서 거의 집중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이 최근 중 가장 몰입이 잘 된다.
요즘 부쩍 시력이 떨어져서 눈앞이 침침한데도 눈꺼풀을 찌푸려가며 이 글을 적고 있다니.
사랑을 주고 싶다던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든 사랑을 한껏 받고 싶어 보인 한 친구가
여러 달에 걸쳐서 나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본인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나와 그는 상처를 받음과 동시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사람들과의 갈등을 피하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고, 아마도 큰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더는 그에게 아무런 관심을 주고 싶지도, 관여도 하고 싶지 않다가도
그가 안타까워지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에게 상처받았던 다른 친구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지만 본인은 그런 사람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그때는 이 말을 듣고 네가 무슨 보살이냐며 어이없어 했지만
사실은 그런 마음을 잘 안다. 나도 그런 사람이기 떄문에.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를 머리 끝까지 미워하고 비웃고 화를 내다가도
그래 걔도 걔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나는 모르는 일이 있겠지. 하고 상대를 이해하고야 만다.
상대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게 된 건 아니겠지만
나 나름대로 그를 이해하고 용서 아닌 용서를 하게 된다.
용서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런 게 연민하는 마음일까. 잘 모르겠다.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얼굴을 보게 될 텐데 이대로 쭉 불편하게 지내기도 참 싫다.
내년에는 아마 풋살을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면 계속 하려고 하겠지만.
나도 앞으로는 생계 활동을 해야 하니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이번 해를 어떻게 보내게 될지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현재로선 내년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음...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다.
아무튼 제목에 적은대로 요 며칠 꿈속에선 다른 이들이 죽고, 죽었고,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원체 매일 꿈을 꾸고 하루에도 여러가지 꿈을 꾸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이렇게 누군가가 죽고 죽는 일들이다.
죽은 누군가는 나와 전혀 상관없지 않고 내가 아꼈거나 내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첫번째로 기억나는 것은
5월쯤에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던, 잘 지내는지 걱정하고 사랑했던 지리산 검은 고양이 마노가 꿈에 나왔다.
매달 방문했던 지리산 가옥 앞 마당에서 뛰어놀던 마노는 마당에 누워있었다.
죽은 지 꽤 되어서, 들춰보면 가죽과 뼈만 붙어있을 거 같은 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마노가 꿈틀대고 몸을 구부리며 움직여댔다.
순간 마노가 살아있진 않을까 했지만 확실히 죽어있었다.
누워있는 땅 밑 부분이 꿈틀거렸거나 외부 미생물같은 것들이 그를 잠시 움직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 죽었구나 죽었구나... 하고 그를 바라보다 꿈에서 깨었다.
그리고 다른 꿈에선... 누군가의 부고를 전해들었다.
죽은 건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동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구던간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부고를 듣고도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나에게 나름 소중한 존재였던 것 같은데도 그저 그렇구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장례식장을 갈 준비를 했던 것도 같다.
또 다른 꿈에서도 누군가가 죽어가거나 죽은 꿈을 꾸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런 식의 꿈을 3~4번 정도 꾸었다.
꿈에서 깨고 나서 아... 내 마음을 나타낸 거였구나 했다.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을 죽이고 죽였더니
결국 진짜로 죽어버리고 있는 게 꿈으로 표현된 게 아닐까 싶었다.
상대에게 서운한 것도 좋아하는 감정도 다 죽이기부터 하는 나도 참 문제가 있다...
상담을 받아봐야 할까...
올해부터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었다.
음...
답답해서, 생각과 감정들을 쏟아낼 곳이 필요해서 여기다가 적는 거라
얼마 안 가서 비공개로 돌릴 수도 있지만 글을 적고있으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내가 퀴어인지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양성애자이고 좋아하게 된 사람은 여자라는 걸 밝혀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음... 아주 오랜만에 한 사람에게 빠지게 된 경험을 했다.
얘를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호감이 생겼고, 친해지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기회가 되어 친해졌다...
마음을 죽이고 죽여보면서 옆에 머물러 보려고 했는데
친구로 친해지는 것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터뜨렸고
뻥 차였고
상처를 나름대로 꿰매려고 하는데 잘 안 되어서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정리해보는 중이다.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나간 후속 모임에서 본 얘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날을 통해 얘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었다.
다음 모임에 또 참석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경험을 하게 해준 모임을
기획한 사람 중 한 명이 얘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기억에 남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안면인식 장애라고 부를 정도로 사람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운 내게 퍽 인상깊은 사람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흠... 후속 모임때 봤을 때 든 생각은 '와... 진짜 얼굴 내 취향 아니다.' 였다.
딱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우울해보였고 심지어 재미도 없었다.
본인도 재미가 없어서 모임을 파하고 싶어하는 게 눈에 빤히 보이는데
상대방들에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라는 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어이 없어!
새벽 모임에서 나름 친해졌던 제*님도 이날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런 저런 농담과 대화로 모임을 즐겁게 이끌어 줄 줄 알았던 은*님도 이날 부쩍 피곤해 했기에 모임은 더더욱 어색하고 재미가 없었다.
이때만 해도 본투비 내향인의 면모가 강했던지라 슬렁슬렁 대화가 오가는 이 모임이 얼른 파하기를 바랐다.
다행히 1차에서 파했고, 은*님이 얘의 집에 가서 잘 거라는 하길래 둘이 친한가 보다 잠시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간 기억이 난다.
아주 나중에 알고보니 여자친구에게 차인지 얼마 안 된 때여서 그렇게 우울해했던 거였지만
아무튼 첫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다.
얘를 a라고 하자.
4월부터 한 모임을 참여하게 되면서
a와 다시 만났고,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나도 내 감정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쯤부터 a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가벼운 호감으로 시작됐다.
좀 더 친해지고 싶어졌지만 나도 a도 낯을 가리니 친해질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무며 같이 밥을 해먹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고
그러다가 다른 모임을 또 같이 하게 되며
a와 다른 친구들과 나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쯤 깨달았다.
아, 내가 얘를 좋아하네?
음... 그런데 얘를 좋아하게 된 걸 인지하게 된 그때쯤
a는 한 눈에 반한 상대에게 직진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어깨를 툭툭 치며 잘 가라는 말 정도로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닫고는
나는 마음을 죽였다.
죽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a와 이대로 지낼 수 있으니깐...
하고 나를 죽이면서 몇 개월을 보냈다.
나는 왜 이런 방법밖에 택하지 못할까 자책해도 용기를 낼 수 없으니 죽이고 죽일 뿐이었다.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고 이미 익숙한 일이었고, 겉으로 누굴 좋아하는 티를 안 내는 건 내 특기였다.
음... 이러다보면 진짜로 좀 괜찮아졌다.
감정이 날뛸 거 같다가도 다시 괜찮아지니까 참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괜찮아진 줄 알 때도 있었다.
'아, 그냥 가벼운 호감이었구나 그래 엄청 좋아하진 않는 거 같아.' 하고 a와 친구로 함께 하는 것이 퍽 만족스럽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a가 두 번째로 한 눈에 반한 사람에게 직진하는 모습, 좋아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속된 말로 킹 받고 꼴이 받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여겼다.
사랑을 받는 걸 원하지, 주는 거에 만족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얘라면 평생 주기만 해도 재밌겠다. 행복하겠다 싶었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나?
전생에 내가 얘한테 뭘 많이 못해줬나?
전생엔 얘가 나에겐 이렇게 대해줬는데 내가 얘한테 큰 잘못을 했었나?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할 정도로..
어느 정도 a와 친해지고서 얘가 단발머리였던 때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봤을 때만 해도 '와 진짜 안 어울려. 이때 만났더라면 얘를 좋아할 일이 없었겠다.' 생각했는데
엊그제인가 우연히 단발 사진을 다시 보게됐고 '와, 이젠 단발도 귀여워보인다니 최악이구나.' 싶었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폭발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이쯤부터다.
그때쯤부터 a가 나를 대하는 눈빛, 태도,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느껴졌거든.
얘가 왜 나를 보는 시선이 변했지?
뭐지?
왜 나를 계속 만나고 싶어하지?
왜 나와 손을 닿고 싶어하지?
왜 나한테 저러지?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그러는 거지?
아닐 거다. 내 착각일 거다 하고 속을 다스리고 지켜보고 지켜봤다.
착각이야. 얼른 죽여야지, 죽이자 죽이자... 속으로 만 번쯤 외쳤다.
그러던 중에 같이 침대에서 잘 일이 생겼다.
이상한 거는 아니고 그냥 한 침대에 누워서 자게 됐다.
잠이 오지 않아서 안대만 쓴 채로 누워있었는데
a가 갑자기 내게 몸을 밀착했다. 내 느낌에 a는 깨어있는데... 대체 뭐지?
나는 계속 자는 척을 했다. 심장이 둥둥거렸지만 자는 척을 하며 몸을 떼어보기도 했다.
그러자 몇 번이고 몸을 닿아오는 행동에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우연이겠지... 하고 넘어갔고
새벽에 다시 같이 바닥에 누워 자게 됐다.
영 잠이 오지 않아 눈만 감고 있었는데
또 몸을 맞대어왔다.
얘도 잠에 안 든 거 같은데 대체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이러고 눈만 감은 채로 새벽을 새었고
뭐... 이때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마음을 표현했다가 차인 게 결말이다.
뭐... 다 내 착각인 걸로 결론이 난 거다...
굳이 물어보진 못했다. 너 그때 왜 그랬냐고...
나만 더 상처입고 싶지 않아서.
아무튼 얘하고는 직접 만나서 얘기를 했고
친구로 지내기로 했는데
얘한테는 내가 그냥 친구이다보니 그러겠지만
차인 이후에 전혀 배려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얘를 좀 멀리하고 있다.
내일은 얼굴을 봐야하는데 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짜증이 난다.
음...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이제 마음이 정리되고 아주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음...
가슴이 미어진다. 눈물이 난다. 무너질 것 같다.
이런 간단한 표현으로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음...
이래서 짝사랑하기가 싫고 누굴 좋아하기가 싫었는데
이미 그렇게 된 마음은 내가 어쩔 수 없던 거니까 어쩔 수 없다.
나한테는 별 마음 없는 사람 때문에 아픈 것도 이제는 그만해야지.
어쨌든 이번 마음은 죽여야 하니까 더 더 죽이려고 노력해 봐야지.
아마 이 글 쓰고 나면 또 후련해져서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지는 못해도
마음이 정리가 다 되고 나면 편히 얼굴 보며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가끔은 같이 놀러도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감정 없이 정말 마음 편히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는 지금처럼 처음부터 죽이지 않고 싶다.
너에게 호감이 생겼다고, 좋아하게 됐다고 솔직히 표현하고 싶다.
거절을 당해도 좋다고 여기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아... 이번 해 연애운 좋다고 그랬는데...
나한테 호감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다들 어디 가있는 건지 모르겠다. 핫핫
내가 모르나...? 히히 눈치 없어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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