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음날 아침이야.
나는 좋은 아침인데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마 쿨쿨 자다가 해가 위로 다 올라있을 즘 일어나겠지.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답이 없다고 상처받을 일은 아닌데
걱정되네.
엊그제 밤에 뭔가 등 뒤가 싸했거든
누가 내 차 뒷좌석에라도 숨어있다가 나를 덮칠 것만 같은 느낌에 무서웠어.
그냥 뭐... 걱정된다고
혹시나 너도 이걸 읽는 때가 왔을 때
이미 우리 사이 골이 깊어져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너한테 다 말은 못하지만
사실 아주 이전 삶들에서부터
너에게 미안한 게 너무 많아
너를 지키고
네 옆에서 함께 성장하고
그렇게 힘껏 살아나가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들을 지키질 못했더라고...
약속 이행은 커녕
'그때의 나'들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을 꺼내기조차 하지 못했지.
손을 잡고
거닐고
껴안고
뽀뽀하고
매일 매일 내 맘 그대로
사랑한다고
봐도 봐도 보고 싶다고 표현했어야 했는데...
그러기가 너무 힘들었어
너한테서 사랑을 받기는 커녕 거절당할 거라고
내 멋대로 단정짓고는
내 마음과 정반대로 너를 대했었어
그리고 그때의 행동들을
이번 생에서 너를 만나고서 또 반복했었고...
하마터면 이번에도 또
너를 그런 식으로 상처만 주고 너를 떠날 뻔했네.
기억해내서 다행이야.
진짜 다행이야.
오늘 아침엔
침대 위에 앉아 눈을 감은 채로
그때의 내가 그때의 너에게 하고 싶었던 사과, 말, 행동, 사랑을 숨김없이 다 건네고
너와 못 다 나눈 포옹도 힘주어 하고, 울면서 못 다 나눈 이야기도 다 나누었다?
그러면 되는 거였는데
우리 둘 다 참 겁이 많더라.
지금도 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니.
그런데 말야 나는 이제
그 겁 때문에
숨기고 고함 치고 도망가지 않을래.
너를 사랑할래.
사랑하자고 할래.
사랑을 나누자고 할래.
너도 용기 내준다면
내 삶은 얼마나 꽉 차오르고
온전해질까...
하핫 물론 이게 시작이겠지.
남들처럼 피 터지게 싸우다가
잔뜩 속이 상할지도 몰라.
음... 그런데 나는...
그럴 때 어쩔 줄 모른 채로 미안하다고만 말했다던 널
상상만 해도 정말 귀여워.
사랑스러워서 화가 나다가도 스르륵 가라앉겠지.
화를 낼 시간에
미안해하는 네 손가락을 붙잡고 쓰다듬고 싶을 거야
그러고서
걱정되는 마음에 화를 내려고 했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네 마음을 안다고
그치만 우리가 왜 이런 갈등에 처하게 됐는지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나는 이때 감정이 이랬고 이런 걸 바랐기 때문이었다고
너는 어땠는지 말해줄 수 있냐고 답하고 물을 거야.
시간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러자고 할 거야
그렇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랑 떨어져 있을 필요는 없잖아?
난 그건 싫거든.
그러니까 그 일은 네가 준비가 될 때까지 잊어버리고서
너랑 밥도 해먹고
머리도 만져주고
손잡고 집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하러 나갈 거야
열심히 수다를 떨어야지.
음... 생각만 해도 좋다.
행복이란 게 별 거 없다는 아빠의 말이
이제 좀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