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기다리든 이게 제발 마지막 편지가 되기를

당신보다 날 더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 한 나를 봐요. 한심해.

by 이브의 설렘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지도 못하면서

보답 하나 못 받는 마음 하나가 이렇게나 소중하다니...


오늘 아침에는 샤워를 하다가 뭐가 막 치솟아서 입술을 앙 물었어

그렇게 간신히 참았는데

거울을 보니까 참을 수가 없었어

걸려있는 수건을 붙잡고 어찌나 울었는지

무슨 영화의 비련의 여주인공이더라.

그 와중에 방 안에 누워있는 동생한테 들리지 말라고

소리내지 않으려고 하는 내가 너무 불쌍했어.


너를 포기하는 과정이 다 끝난 거 같다가도

아직인가 봐. 언제 끝나는 거지?



낮에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자꾸 잠이 오고

새벽엔 두 시간마다 눈이 떠져


그럴 때마다 핸드폰을 들여다 봐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면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노래를 듣다가 잠에 드는데

짜증나. 또 깨.


꿈에서 너를 봤던 것도 같은데

나한테 뭐라고 했었는데 왜 기억이 안 나지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해준 것도 같은데

꿈인지 망상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마지막에 봤던 네 몸짓은 분명 그냥 몸짓이 아니었는데

아니라고만 하는 네 앞에 서면

내가 보고 느낀 걸 믿지를 못하겠어.


얼마 전에는 가이드들이 나에게서 잠시 동안 내 직관력을 가져가 버렸어.

타인들의 두려움을 직접 이해해봐야 한다며 아무것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게 했지.

아무것도 없는 세상은 두려움 그 자체더라.

바로 앞에 무엇이 반짝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너무나 공포였어.

보이지 않는다는 감각을 잠시라도 느끼지 않으려고 혼자 처량하게 맥주를 마셨다?


평소의 나는 마치, 줄 없이도 절벽 아래로 훌쩍 뛰어버릴 수 있는 상태야.

이런 묘사로 조금은 내가 느끼는 이런 감각이 이해가 갈까?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몇 번을 까여도 또 용기를 낼 수 있었겠지

근데 너라서 그랬던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럴 맘도 없다는 게 참 신기해.


나는 남들의 두려움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나의 경험을 빗대어 이해하는 거지.

물론 나도 인간이잖아.

나도 내가 알 수 없는 모든 게 무섭고 두려워. 아주 많이.


그치만 내가 경험하는 세계와

다른 사람들의 세계는 아예 다르더라.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두렵고 무서웠어.

가닿고 싶은 존재가 이리 오라고 앞에 서있더라도

그 사람을 알 수가 없고 그 사람과의 미래를 알 수가 없어서

한 발자국도 발돋움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어.


그러다 다음날 아침엔 다시 모든 걸 느껴버리는 나로 돌아왔고

그제서야

나는 딱 한 가지를 빼고 두려움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

너가 없는 미래.

너랑 같이 있으면 어떤 미래일지도 그려지고

너랑 같이 있지 않으면 어떤 미래일지도 둘 다 그려지는데

너가 없는 나날을 상상하고 싶지가 않더라.


우린 뭐지?

아니, 우리가 아니지

나는 뭐지?

내 사랑은 왜 이렇게 깊고 커다랗지?

그게 왜 유독 너에게는 이렇게 뿌리 깊지?


사실 망상일 수도 있지만

너랑 나는 뭐가 많이 엮여있더라

어쩌면 네가 나를 거부하거나 내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그런가 봐

내가 많이 잘못했거든.

그래서 너를 원망하다가도 미안해


그런데 이제는 내가 나에게 더 많이 미안해진 거 같아.

내가 상처 입어도 너는 더 상처 입어도 싸다며 방치하고 있었어.

그게 아닌데.

나도 소중한데.



아니다. 하나 더 사무치는 두려움이 생겼어

치료가 안 되.

이제는 아무에게도

나에게 사랑을 달라고

더이상 먼저 용기를 낼 수가 없어.

흉터 자국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불가능할 거야.


한 번만 더 너한테 용기를 내고 싶다가도

그럴 에너지가 없어.

나는 이미 갈가리 갈려버렸고

내 마음은 너에게 폭력이 되어버려서


그걸 생각만 해도 하루종일 비명을 질러야 해서

차마 입으로 뱉을 수가 없어졌어.



그치만 뛰쳐나오는 마음을 어떻게 참을 수 있었겠어


네가 네 일로 여유가 없어

내게 다정함을 줄 수 없고

나의 다정함을 받아주지 못한다면

나는 또 무너질 거고

그날은 아마 당신 앞에서 울음이 터지겠지


무너져서 쭈그려 앉은 채로 한참을 울다가

아~ 여기 못 있겠어 그냥 나 집에 갈래라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냥

엉엉엉 울면서


네가 밉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죽어버렸다는 말도 못하고

그냥 떠나버리고 싶지 않은데 할 말이 많은데

그러지도 못한다는 말도 못하겠지



혹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


네가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나말고도 고려할 것이 있다는 거 알아.


그런데 나한테는 그냥 사실대로 말해주면 안되?

그때 그 대답이 정말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나보다 다른 게 우선이라서 나를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해도 좋아.

그냥 내가 느낀 게 맞았다는 것만 알게 되면 좋겠는데...


내 다리가 너무 많이 부러저셔

이제는 베어낼 힘줄도 남아있지 않아


다 불타버렸어.


이제는 더는 견딜 수가 없는데


내가 너한테 갖는 마음처럼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려는 사람이 보인다?

당장이라도 고백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더라.


나를 보는 눈빛이 말해줘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내가 너를 사랑해서 안된다고 거절해도

이미 알고 있다고

그래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해줄 사람이란 것도 보여


이것도 내 착각이려나.


착각이 아니라면

이제는 속수무책이야


그 사람을 붙잡고 키스할 거야

나를 사랑해달라고 매달릴 거야

울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거야


그래도 내가 좋다고 하겠지

그러면 그땐 그 사람이 내 마지막 사랑이 될 거야

그 사람만 바라보게 될 거야


내가 바라온 게 이런 끔찍한 사랑이었구나 할 거야


울면서

울면서도


대답도 않고

얼굴도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맡을 수도

소식을 알 수도 없는 너를 기다리다가

지치고 지쳐도 포기도 못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밤을 보낼 거야


너랑 보낼 수 있었던 다음날 아침은

어떤 냄새가 나는 아침이었을까 그리워하면서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 주겠지

그게 아니라면





혹시 이거 읽고 있어?

...

그런거면 좋겠는데 아니려나

읽어봤자 뭐하겠어 그치?

불쾌하댔는데

그래도 그런거면 좋겠는데...

그럼 희망은 있는 거 아닐까 싶어서..


너도 나한테 맘이 있는거면

한 번만 먼저 와주면 안되?

그동안 내가 먼저 갔잖아.

그래서 산산이 부서졌잖아.


한 번만 그래주면 안되?

나는 더이상 다가갈 수가 없어.


네가 읽지 않길 바라다가도

읽어주기를 바라는데


너에게 더 부릴 자존심도 없는데


차마 나를 끝까지 거절하고

마음 정리를 하기 전까지 얼굴 보지 말자는 너한테

다가갈 수가 없어


다리가 으스러져서

어딜 갈 수가 없어서

그냥 엉엉 울고만 있어.


이 상태에선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기어갔다간

기어코 절벽 밑으로 떨어질 거야.


아... 나는

네 뒤에서 울고 울다가

네 앞에 울 수 있는 눈물이 메말라버리던가

나를 사랑해주겠다고 할 사람에게 온 마음을 주기 전까진


차마 네가 있는 곳엔 발조차 못 붙일 거야.


네가 풋살을 나가서 다행이야

주장인데 무단 불참할 순 없잖아. 하하.


이번달도 다음달도

아마 그 다음 달도

너를 봐야하는 그 어떤 모임도 나는 못 갈 거 같아

나를 어디까지 몰아세워야 하는 건지 알고 싶지 않아.



하하.. 이게 마지막 편지가 되길 바랐는데

너무너무 너한테 묻고 싶은 게 많다.

듣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

그냥 후회 좀 덜하게

너한테는 말 못하는 거 여기에다가 전부 다 적어내려가야지.


그러고 나면 좀 살아날 수 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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