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도 써도 줄지를 않지만 여기까지 할게

by 이브의 설렘

보라야

나의 물음은

원망도 너의 잘못을 가리는 것도 탓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그냥

무언가를 이해하려면

답을 알아야 해서 그래.

나 T잖아. 하하

궁금했던 모든 걸 여기서라도 물을 거야.

이미 네가

친구로서의 사랑만 나누기 바랐던 내게

실망할 대로 실망해서 나를 떠난 걸까

그래도 나는 물어야겠어.

내가 왜 너를 그토록 힘들게 하고 실망시켰는지 알아야겠어.

아마 너에게 답이 올 일은 없겠지

알아도 모른 척 하겠지

네가 제일 소중한 보라야. 그건 당연한 거야.

너를 이해해.

나같은 사람이 얼마 없더라.

그래도 미래에는 네가 사랑하게 된 사람에게

나같은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

미래의 너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해 줘.

이게 마지막일 거야. 정말로.

아닐까.

모르겠다 나도.

이거는 그냥.. 네가 만약 나한테 맘이 있었더라면 하고 가정해서 묻는 질문이야.

아니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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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해?

혹시 처음부터 나를 눈여겨봤을까.

언제부터 나를 좋아했어?

그런데 왜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을 쫓고 그 사람 손을 잡았어?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어깨를 툭툭 치고 떠나보냈어?

나는

네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구나 해서

싹을 잘라버렸어

너무 아팠어

너무 아파서

피가 나고 피부나 인대가 찢어지는 쯤이야 아픈 것도 아니게 됐어

이런 마음을 뿌리째 뽑아내려고 매일 애를 썼어.

그래도 네가 매일 보고 싶어서

네 앞에서 얼굴을 굳히고 너에게 나를 다 보여주지 못했어

혹시 내가 예전부터 신경 쓰였어?

왜 그날 다른 사람에게 반했다면서

왜 내 무릎을 배고 누웠어?

나는 그날 네 머리칼이 생각보다 거칠다는 걸 알자마자

내가 사랑에 빠진 걸 알았는데

왜 나를 떠나보냈어?

내가 알아주지 않아서 상처받은 게 있어? 아직 아물지를 않았나?

그래서 마음을 닫았어?

나는 몰랐어.

나도 내 상처에만 골몰해 있었어

모든 게 느껴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네 앞에선 흐려지고 보이지도 않아

나를 만날 때 혹시 설렜어?

어디가 왜 예뻐보였는지 매일 말하고 싶었어?

혹시 내가 예뻐지기 전부터 좋아했을까?

나는 내가 못나지 않다고 인정한지 얼마 안됐거든

그래서 그런 게 궁금해.

나는 내가 얼굴도 마음도

너무 못나다고만 여겼어.

가끔 귀엽다고 생각해봤지만

너한테 사랑받을 만하다고 여기진 못했어

아무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던 걸...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해.

그래서 남들도 아낌없이 잔심을 다해 사랑하게 된 거고.

아닌가?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 할 때에도

남들은 다 사랑했던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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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해

어쩜 그럴 수 있냐고

어떻게 그렇게 강하면서 따뜻하냐고

모두에게 사랑을 나눠주냐고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래 나는.

그러기로 되어있더라고

설명하긴 어려워.

그런데 이런 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은

경외하면서 어려워하더라.

나보다 자기를 초라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

아닌데

그런 게 어딨니.

그냥 각자 가지고 태어나서 세상에 펼치기로 한 게 다른 것뿐이고

나는 세상에 사랑을 퍼뜨리려고 이런 사람이 된 것 뿐인데.

보라야 너도 그래.

그게 지금은 나도 너도 전혀 모르지만

원석이 아주 멋지게 반짝이고 있더라.

그게 드러나고 나서야, 너는 네 스스로가 맘에 들고 스스로를 만족스러워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뭐...

그런데 너 지금도 너무너무 빛이 나고 멋져.

그걸 네가 진심으로 알았으면 좋겠는데.

보라야.

뭘 결정할 때

섣부르게 결정하고 움직이지 마.

네 감정이 널뛸 때는 특히나.

완전히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정해야 해.

그게 너한테 맞는 길이더라고.

어떻게 아냐고?

그냥. 아는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하나씩. 서두르지 마.

하나씩 하다보면 어느샌가 다 해냈을 거야.

너는 나랑 다르더라고.

나는 바로 바로 반응하고 답해야 하는데

그래서 내가 너를 답답해 했나 봐.

그냥 다른 것뿐인데.

보라야.

네가 사랑하는 일과 사람을 찾아서 함께 성장해나가기를 바라.

근데 그러려면 너, 열심히 공부해야 해.

네가 싫어하는 독서도 열심히 해야 해.

책 안에 거의 모든 지름길과 방법들이 들어가 있어.

괜히 지혜의 총집합체가 아니라잖아.

내 능력을 어떻게 포장해서 세상에 내보이고, 사람들이 탐을 내게 할지는

방법이 정해져 있더라.

나도 앞으로 공부하려고.

브랜딩이며 마케팅이며

사업이며

재무도 익히고 보험도 들고

돈도 모을 거야.

아기 이브에서 어른 이브로 거듭나려고.

그리고 너는 네 이름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는 거 같던데

네 본명 너한테 잘 어울려.

너를 빛나게 해주는 이름이야.

나도 네 옆에서 너를 돕고 나도 네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싶었는데

힘들 때마다 너한테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지도 않은 가정의 미래가 벌써 그립다.

네가 누군가를 사귈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기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

알아서 하겠지만. 뭐.

그 사람이랑 두부 닮은 강아지랑 셋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소식이 닿게 될지 아니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고양이 집사가 체질이더라고

고양이랑 같이 안 살 수가 없겠어.

아, 나는 나처럼 고양이에 죽고 못 하는 사람이 내 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고양이와 애인을 위해서라면

아마 목숨도 아끼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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