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사옵니다
저에게 우울증은 3번 찾아왔습니다. 첫째 낳고 첫 번째 산후 우울증, 둘째 낳고 두 번째 산후 우울증, 그리고 마지막 급성 우울증. 2020년 2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우울증을 겪다가 4개월 만에 딱 털어버릴 수 있었죠. 그 후 지금까지 우울감 비슷한 증상조차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주장으로 우울증의 정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제일 지배적인 주장은 <울분>이라고 합니다. 10년, 20년, 30년 이상 사라지지 않아 계속 안고 가시는 분들도 많죠. 매일 암흑 속에서 사는 건 아니고 정상처럼 보이는 일상을 지내다가도 약간의 자극이 다시 훅하고 생명의 불을 꺼트리는, 이른바 롤러코스터처럼 감정의 기복이 큰 상태로 지내시는 거죠.
제가 그분들만큼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다고 할 수 없지만, 우울증은 앓는 동안만큼은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 속에서 살기에, 저도 무기력증, 자살 유혹, 자해 유혹, 자살 시도, 자해, 식욕 감퇴, 폭식, 구토, 조증 증상 등등 짧은 기간에도 겪을 수 있는 증상은 대부분 다 겪어봤습니다.
초기 빼고는 약을 제대로 먹지도 않았습니다. 약이 효과가 없다는 생각만 들었고 병원도 뿌리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잔가지만 쳐내는 기분이라 가지 않았거든요.
연락도 하지 않았던 지인들의 연락처도 다 지워보고, 가족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굉장히 힘들었죠. 제가 형성했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가족, 저의 자식과 남편도 당장, 이 아픔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 괴리감에 정말 많이 아파했습니다.
이런저런 시도와 지금의 이 상태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나를 잘 알아줄 것 같은 사람들과 방법들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근본을 풀어야 제가 죽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요.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죽어도 나를 이해하고 깊이 슬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생각과
‘내가 일궈낸 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
‘내 인생의 답을 찾지 못했으니 살아야겠다.’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동시 혹은 번갈아 떠오르며 극과 극의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뜻밖의 말과 뜻밖의 개념을 보고 지금까지 알아 왔던 사상이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너무 자신감 넘치는 것 같지만, 아마 셋째를 낳아도 산후 우울증 비슷한 우울감조차도 못 느낄 것 같아요. 사상 자체가 바뀌었으니까요.
제 사상을 바꾼 말과 개념이, 우울증 퇴치의 핵심이 되는 방법입니다. 이제부터 배경, 원인, 퇴치법 등 하나하나 한 땀 한 땀 뜯어가며 말해드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