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기에 어땠냐면요
우울증 발병 첫날, 어떤 분이 친절하게 권유하는 말 때문에 저의 정체성이 흔들렸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나고 생각들이 제어되지 않았습니다. 이 감정이 뭔지 파악이 안 돼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황 설명을 하며 물어봤지만, 저만 다르게 생각하더라고요. 생각의 다름 때문에 스스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요소를 뇌리에 꽂아버린 거였어요.
그리고 발병 3일째 되던 날, 변함없이 눈물이 계속 떨어지고 손이나 온몸에 떨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 병원에 가기로 했어요. 남편도 병원부터 가라고 해줬고요.
처음 가보는 병원에 처음 해보는 검사지, 처음 먹어보는 정신과 약, 전부 처음인 경험. 산후 우울증에 겪어보지 못한 낯선 경험이었죠. 고장 난 것 같은 뇌를 정확한 검사와 약물 복용으로 빠른 호전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에 용기 내어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동네 인터넷 카페에서 얻은 정보로 괜찮다는 병원을 찾았는데, 집에서 멀리 있었고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에 차를 운전해서 갔습니다. 그러나 간과했던 문제가 있었죠. 운전 중에도 영향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권유했던 그의 말에 생겨난 내 생각과 감정은 비상식적인가?’
‘난 어릴 때부터 쭉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럼 그 긴 세월은 비상식적이었나?’
위와 같은 연쇄적 고민이 결국 “너는 이상해.”라는 실제 환청과 신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손과 몸의 떨림이 심해지고 식은땀이 나더니 어지럼증까지 생겨 핸들을 놓칠 뻔한 위험한 상황.
병원을 들어서자 환청은 멈췄고, 진료 상담에서 위험한 운전을 했다고 의사 선생님께 얼른 얘기했어요. 그러자 신경 안정제를 처방해드릴 테니 바로 먹고 가시라 권유받았습니다. 약을 받자마자 목으로 넘겼고, 병원 밖으로 걸어가면서도 빠른 효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과 몸 떨림이 빠르게 줄어들었거든요.
하지만 주차장에 있던 차에 탔을 때 지금 운전을 해도 될지 아닐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다시 그 상황에 놓일까, 그 느낌을 또 받을까 두려웠죠. 반신반의하며 시동을 켰는데, 정말 다행히도 핸들을 잡던 제 손에 떨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병원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곳에 더 기댈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