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장르 변주 도전했으나 아쉬움만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장르가 변주되는 것은 대단히 도전적인 작업이다. 영화가 가진 색이 다채롭게 변화돼야 할 뿐만 아니라,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레 몰입시켜야 하는 이유다. 아쉽게도 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영화는 스릴러와 드라마를 오가는 이야기로 관객에게 신선한 감상을 남기는 듯 했으나, 이내 중심을 잃고 장르의 변주 자체에 매몰되고 말았다.
자살로 삶을 마감했던 민(티라돈 수파펀핀요)은 갑작스레 영안실에서 되살아난다. 한 영혼이 민의 몸에 들어왔던 것이다. 모든 기억을 잃은 그는 그가 왜 민이 됐는지, 자신은 누구인지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민 앞에 신(자야나마 노파차이)이 나타났다. 신은 그에게 민의 몸으로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대신, 100일 안에 그를 자살로 몰고 갔던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미션을 남긴다. 민은 신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의 과거를 하나 둘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숨이 멎은 순간 눈앞에 나타난 신의 제안으로, 두 번째 목숨을 얻기 위해 100일 안에 민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야 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팍품 웡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티라돈 수파펀핀요와 츠쁘랑 아리꾼, 수콴 불라쿨, 눗타싯 꼬띠마누스와닛, 자야나마 노파차이가 출연했다. 영화는 모리 에토가 집필한 소설 ‘컬러풀’을 원작으로, 원작 소설은 2010년 동명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 있다.
원작 소설이나 그를 바탕으로 2010년 제작됐던 애니메이션이 동화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가졌던 반면, 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스릴러 장르가 덧입혀져 색다른 기대를 불렀다. 영화 도입부는 공포 영화로 보여질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민의 자살을 추적해가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관객에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영화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로 매력을 더했다. 특별히 대단한 반전도 없고, 어떤 전개가 이어질지 쉽게 예측할 수 있음에도, 차분히 쌓여가는 이야기 흐름이 계속해서 주인공에 대한 응원을 부른다. 영화는 완성도 높은 CG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민 앞에 등장할 때 그려지는 화려한 CG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 흐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영화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억지로 이어 붙인듯한 감상을 불렀다. 스릴러와 판타지, 가족 드라마, 로맨스를 넘나드는 장르의 변주는 새롭지 않았으며, 오히려 난잡했다. 장르가 변화할 때마다 적절한 장치와 이야기를 통해 관객을 설득시키고 몰입하도록 만들었어야 함에도, 영화가 관객과 동떨어진 채 홀로 이야기를 진행했던 이유다. 죽음을 추적하던 스릴러 영화가 어떤 단서도 없이 갑작스레 따뜻한 로맨스로 바뀔 때 관객은 즐거움이 아닌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개봉: 4월 8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티라돈 수파펀핀요, 츠쁘랑 아리꾼, 수콴 불라쿨, 눗타싯 꼬띠마누스와닛, 자야나마 노파차이, 레일라 분야삭/감독: 팍품 웡품/수입: (유)조이앤시네마/ 배급: ㈜제인앤씨미디어그룹, 와이드 릴리즈㈜/러닝타임: 136분/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