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씨와 그렇지 못한 영화 - 2021. 04. 19.
[박스오피스]
월요일을 시작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박스오피스를 살펴봤다. 이변은 없었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을 맡은 '서복'이 개봉 첫 주 1위를 기록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티켓파워를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도저히 좋게 보기 힘든 작품이었으나, 두 배우의 힘은 이번 주말에도 이어질 것 같다.
박스오피스 2위와 3위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명탐정 코난'과 '귀멸의 칼날'이 각각 7만 8천여명과 3만 3천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코로나 19 여파로 대작이 줄어든 이유인지, 애니메이션을 향한 확고부동한 팬들의 열의 덕분인지, 여러모로 신선한 감상이 남는 2021년이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는 5위에 머물러 안타까움을 불렀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명작임에 분명한데다가, 극장에서 만났을 때 그 매력이 배가 되는 작품인 만큼, 이대로 VOD로 내려가 시청자들에게 닿진 않을까 아쉽다.
아카데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나리'와 '노매드랜드', '더 파더'는 8-9-10위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광을 어떤 작품이 안게 될지 호기심을 부른다.
사담으로, 작품상은 '노매드랜드'가, 각본상은 '미나리'가, 감독상은 '더 파더'가 받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국제성(星)의 길을 걷고 계신 윤여정 선생님의 여우조연상 수상에는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코스믹 씬]
어린 시절 '다이하드'가 OCN등 영화 채널에서 수차례 방영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당시 어린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열심히 TV 앞을 사수하곤 했다. 어머니의 타박과 아버지의 헛기침에도 나는 결코 물러섬이 없었다. 가히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하던 존 맥클레인의 모습이었다.
허나 오랜만에 마주한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언제부턴가 가히 '망작'이라고 평하기 어려움이 없는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더니, 최근엔 그 위상이 아주 땅에 떨어진 듯 하다. 그가 주연을 맡은 우주 액션 블록버스터 '코스믹 씬'은 1998년에 개봉한 '아마겟돈'의 열화판을 보는 듯 했다.
영화를 보며 '차라리 저예산 B급 영화라는 콘셉트로 영화를 밀고 나가서 코미디로 꾸려갔다면 보다 완성도가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꾸준히 했다. 할리우드 영화라면 자고로 플롯에 구멍이 듬성 듬성 있을지언정 비주얼만은 완성도가 높기 마련이었는데, '코스믹 씬'은 그러한 편견을 과감히 깨부숴줬다. '지구 용사 벡터맨'을 다시 보는 것이 더욱 즐거우리란 확신이 들었다.
지난 1월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약국을 방문했다가 쫓겨났던 일도 있었다. 끝내 '노마스크'를 고집하다 쇼핑하던 가게에서 쫓겨났던 그는 후에 "판단 착오였다"며 사과를 했다. 참으로 영화를 보는 안목도, 주변을 보는 섬세함도 부족한 舊 시대 액션 스타의 지질한 말로다.
별점: ★☆ (1.5/10)
P.S. 어차피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면 '레드'나 '지. 아이. 조' 시리즈를 더욱 이어가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