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씨네 WeeCine Apr 21. 2021

강하늘의 예의바름에 대하여

아는 바 없는 주절거림에 심히 부끄러운 하루 - 2021. 04. 20

[비와 당신의 이야기 언론시사-기자간담회]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언론시사회. 조진모 감독, 배우 천우희, 강하늘. 사진 (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오늘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동주'의 강하늘과 '한공주'의 천우희가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큰 기대를 불렀던 작품으로, 예상처럼 코로나 시국임을 잊게 만들 만큼 많은 선배들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다행히 오전 업무를 일찍 마무리 해 좋은 자리의 표를 받을 수 있었다.(언론시사회 표는 현장 배부다)


영화는 기대보다 좋았다. 강하늘과 천우희가 주연을 맡았다지만, 사실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뿐, 작품은 별다른 인상이 남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영화는 내러티브의 측면에서 여러 클리셰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고, 캐릭터 설정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그러한 모든 구멍을 메울 만큼의 충분하고 기분좋은 감성을 갖췄다. 


영화는 결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는 대중 예술이기에, 이와 같은 감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예상치 못함은 정말 반갑다. 기자가 되고 나선 생각보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배웠기에, 좋은 작품을 곱씹는 시간이 참 귀하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리뷰에서 보다 자세히 풀어볼 것이나, 이날의 현장을 구태여 기록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배우 강하늘의 '예의바름'에 대해서 기억하고 싶어서다. 시사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나는 강하늘의 예의바름에 새삼 놀랐다.


물론 원체 착하기로 소문나(박보검과 쌍벽을 이룬다고...)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그의 때묻지 않은 웃음은 놀라웠다. 비록 코로나 19 여파로 눈앞이 아닌 스크린 생중계를 통해 만나게 됐지만, 순간순간 묻어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인상깊었다.


특히 그는 질문을 건네는 기자들의 매체와 이름을 또박또박 다시 언급하며, "좋은 질문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시로 건넸다. 이처럼 일일히 기자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감사를 표하는 배우는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그의 화법에 묻어나는 진솔함이 퍽 와닿았다.


불특정 다수의 친절함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스타의 삶이라 생각한다. 연기력으로도, 화제성으로도 또래 배우 중 정상에 오른 강하늘이 여전히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정체성의 뿌리가 그만큼 단단히 박혀있다는 것을 의미할 터다.


강하늘은 직 어리고 작은 나무다. 하지만 그렇게 튼튼한 뿌리로부터 뻗어나갈 풍성한 가지들이 어떤 열매를 맺고, 저마다 어떤 맛으로 우리를 놀라게 만들지 기대를 높인다. 


P.S. 1. 나 역시 작고 어린 나무...이길 바란다...잡초만은 아니길...


P.S. 2. 내 질문에 "정말 센스 있는 질문"이라고 답해줘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문명특급을 구독해두길 참 잘했다.


[영화 분석 글을 쓰며 나와버린 자조]

영화 '미나리', '노매드랜드' 포스터. 사진 판씨네마,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오전 기획 기사로 영화 '미나리'와 '노매드랜드'를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일반 관객들의 입장에서 심히 지루한 두 작품이, 세계 최고의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아카데미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글을 쓰면서도, 망설임 끝에 결국 송고 버튼을 누르면서도, 심히 부끄러웠다. 대체 내가 무엇을 안다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자괴감이 밀려왔다. 영화라는 예술과 세상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지극히 사소한 것들 뿐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닌지 항상 조심스럽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도 진학했지만,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 인생을 바쳐 내놓은 결과물을 함부로 재단하는 일 역시 항상 마음에 걸린다. 짧은 식견으로 쓴 글을 누군가 읽고, 그에 생각을 달리하게 될까 두렵다. 기자로서 글을 쓰고, 대중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온통 부담스러운 것 투성이다.


물론 업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에 대한 자조와 반성으로 돌아온다. 이 난관을 헤처나가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 배움을 깊이하고, 식견을 넓히면 보다 나아질까. 잘 모르겠다.


어쩌면 기자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이런 것인 듯 싶다. 잦은 미팅도, 늦은 술자리도, 바쁜 일정도 사실은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글에 대한 고민은 이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다. 아마 기자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듯 하다.


이런 부족한 기자의 글을 읽게 된 분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된 분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에 참 죄송스러운 하루다.


P.S. 두 영화에 대한 짧은 분석은 다른 게시글에 올리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은 즐겁다' 덕분에 나도 즐겁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