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지 못한 영화가 자아내는 불쾌함 - 2021. 04. 23
['비와 당신의 이야기' 배우 천우희 인터뷰]
강하늘 배우에 이어 오늘은 천우희 배우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 재미있었다. 별달리 큰 웃음이 있지도 않았고, 긴박하게 흘러가는 인터뷰도 아니었는데, 왠지 모르게 시간이 훌쩍 갔다.
이는 아마도 천우희 배우가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을 해줬던 덕분이지 싶다. 한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소화하고, 얼마나 많은 같은 질문을 받겠나. 더군다나 매체의 수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보니 배우들은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해야 할 터다.
그럼에도 천우희의 얼굴엔 설렘과 즐거움, 반가움만이 가득했다. 인터뷰 일정의 가장 마지막 타임이었음에도 그랬다. 잠깐, 퇴근이 가까웠어서 얼굴이 밝았나...? 아무튼 꽤나 즐거운 인터뷰였다.
이렇게 즐겁게 인터뷰를 마쳤을때 코로나가 더욱 원망스럽다. 대면 인터뷰가 너무나 그립다. 오가는 선배들께 인사를 드리는 것은 여전히 떨리겠지만, 배우, 감독들과 영화에 대해서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사무친다. 온라인으로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금 천우희 배우로 돌아와서. 이전에는 왜 이렇게 담담한 얼굴을 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참 차분한 이였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소희와 참 많이 닮았다.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담고, 극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하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천우희 배우의 전혀 다른 얼굴을 보고 싶어졌다. 문득 펜트하우스의 여러 악역도 생각나고, '독전'의 진서연 배우가 연기했던 보령도 생각난다. 조진모 감독이 천우희 배우의 부드러운 얼굴을 들춰냈다면, 조만간은 서늘하고 파괴적인 면모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리암 니슨 할아버지, 이제 그만 달려주세요]
'테이큰'에 이어 여전히 추격전에 열심인 리암 니슨. 그의 신작 '마크맨'을 봤다.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느껴지듯, 리암 니슨이 멕시코 카르텔으로부터 쫓기는 소년을 보호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아주 지루한 이야기다.
'테이큰'에서 쫓는 입장이었던 리암 니슨이 쫓기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만 제한다면, 도통 달라진 것이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전형적인 악당들로부터 리암 니슨은 고결한 자기희생으로 소년의 행복을 구한다. 그와중에 펼쳐지는 액션은 진부하고, 캐릭터는 전형적이며, 촬영도, 편집도 무엇하나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없다.
요컨대 참 성의가 없다. 감독 스스로가 관람했던 여러 서부극과 '테이큰' 등을 한데 모아놨을 뿐이다. 이런 영화가 수입되고, 국내에서도 곧잘 만들어지는 경우를 보면, 참 영화판에 돈이 허투루 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라리 내가 연출 하고 싶다는 마음도 불쑥든다.
심지어 감독의 가치관도 의심스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고결한 백인들, 지독한 악당과 불법 이민자뿐인 히스패닉, 흑인과 동양인은 찾아볼 수도 없다. 미국 국기는 여지없이 펄럭이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통에 불법 총기 구입은 필수다. 주인공은 국경을 가로막는 거대한 담장을 열심히 막아야 한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IPTV 무료 영화로 만나도 도저히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다. 이런 성실치 못한 영화를 만날땐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