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매번 갑작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
모든 장면 모든 행동이 갑작스럽다.
인물의 생각마저도 갑작스럽다.
그래서 나도 갑작스럽게 얘기를 풀어 나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하는 거 같노, 우리가?"
"잘 모르겠어 근데 꽤나 흥미로워"
영화는 내내 뭔가 갑작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듯 느껴졌다.
갑자기 머리를 내려치고
갑자기 빚이 생기고
갑자기 얻어맞고
갑자기 누가 나타나고
정말 갑작스러운 게 많았다.
그럼에도 흥미로움을 놓칠 수 없던 이유는 어쩌면 호기심이다.
왜 저럴까? 왜 맞지? 어 얘 싸움 좀 하는 편 아니었을까? 어 얘가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보여주나? 어 그렇게까진 안 변하네..
흥미로움을 뒤로하고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친절해도 됐다고 생각한다.
예시로 다른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존 윅(2014)에서는 세계관 자체에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며 그걸 우리에게 소곤소곤 알려주는 듯 이야기를 진행한다.
어디서는 살인을 하면 안 되며, 존윅은 건들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들만의 암호가 존재하고 그 암호가 무엇인지 결과적으로 따지고 보면 불친절해 보이나 모든 걸 보여주고 알려준다.
화란도 어쩌면 적어도 구축하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면 그거에 대한 디테일들은 상당히 섬세해야 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실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이미 좀 글러 먹었다.
마을의 이름, 조직의 이름, 연규(홍사빈)의 사연, 치건(송중기)의 사연, 하얀(김형서)의 사연,
조직의 룰, 조직이 하는 일 등
사소한 것부터 이미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묘사뿐이다.
존 윅에서는 그래도 넌지시 던져놓고 이게 사실은 이런 거야 라는 따뜻한 가르침이 있다면
화란에서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사실 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상당한 애증을 가지게 됐다.
정말 그 틀하나 제대로 안 잡힌 중구난방임에도 불구하고 치건이라는 인물이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고
나는 그냥 이런 말 못 할 사연을 가진 것처럼 아련하고 똑 부러지고 카리스마 있는 이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정말 그냥 놓고 보면 그렇게 잘 만들지도 재밌지도 않다..
그냥 흥미로움에 대한 충족은 어느 정도 있었기에 그래도 좋은 부분정도는 남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감독이 어느 정도 감각적인 부분이 느껴지긴 했다.
영화 배경이나 의상 캐릭터 스케치 어느 정도 다 만족스러운 건 있었다.
그래서 디테일이 없는 부분에 대해 좀 더 화나는 건 있다.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영화에서는 제일 좋게 봤다
차이나타운(2015), 불한당(2017) 이런 느낌의 영화 중에서는 제일 나았다고 생각한다.
엔딩마저도 사실 애매모호 하다 싶은 건 있지만..
뭐 그게 화란이 가지고 있던 일관성이기에 그게 조금이나마 용서가 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절대 추천은 하지 않는 영화이다..
그냥 내가 좋아했고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친절하나 이해를 도저히 못할 정도는 아니며
단지 나는 친절하게 만들었다면 더 더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는 확신은 들었다
그럼에도 물론 이 영화에는 3.5/5 점을 주고 싶은 영화라고는 얘기하고 싶다.
정말 안타까운 애증의 영화..
그리고 역시 빠지면 섭섭한 얘기 한 가지 더 하고 글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영화 속에 사용되는 배경음악이 너무 좋았다.
마치 버닝(2018)을 다시 보는 느낌도 들었고 마을과 어울리기도 하고 영화 내내 음악의 자극을 받아 치건에게 더 빠져들게 될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음악 감독님이 모그인가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또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즐거움..
영화 음악은 정말 아무나 만들어주세요
제가 만들어도 좋으니 진흙 속에서 나와주세요 진주들이여..
그럼 여기서 글을 마치고 다음번에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