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는 법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를 읽고

by 장샛별


어떤 책은 특정한 시기에 우리 삶에 꼭 맞는 처방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소개를 처음 보았을 때, 지금 내 삶에 필요한 이야기와 목소리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책 정보

- 제목 :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저자 : 이토 히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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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저자는 명문 교토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잇따라 실패했고, 가까스로 들어간 벤처기업에서도 과로 끝에 건강과 인간관계를 잃고 퇴사했다.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했으나 잡지 시장의 쇠퇴로 먹고살 길은 막막했다. 그러나 전업을 내려놓자 엉뚱하고 기발한 본모습을 되찾았고, 작고 다양한 게릴라 식 자영업, 그가 ‘생업’이라 부르는 일로 삶을 새롭게 꾸려갈 수 있었다. 생업은 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고 자율적인 일로, 특별한 재능이나 큰 자본이 필요치 않다. 저자는 이를 생활과 맞닿은 작은 일들을 조합한, 일종의 ‘미생물 비즈니스 모델’이라 부른다.
저자가 제시한 ‘생업의 10가지 원칙’ 가운데 하나인 “고객을 도와주되, 의존하지 않게 한다”는 말처럼, 생업은 관계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경쟁과 고립에 지친 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따듯한 경제 단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노동 방식이다. 이 책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그가 7가지 생업을 개발하며 얻은 경험담을 담은 보고서이자, 대안의 삶을 제안하는 유쾌한 에세이다.
경쟁과 고립에 지친 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따듯한 경제 단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노동 방식이 바로 ‘생업’이다.



이 책을 펼친 이유


존 스트레레키의 <세상 끝의 카페>

몇 해 전, 존 스트레레키의 <세상 끝의 카페>를 읽다가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일하는 삶은
뭔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라는 메시지를 얻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고, 보람도 있어 그다지 일이 괴롭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일과 삶의 무게’에 대한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그러나 일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 연휴의 끝자락에 올라오는 SNS를 보면 모두가 고통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이런 방식이 우리가 계속 유지해야 할 삶의 형태가 맞을까?

여담으로, 내가 마지막 회사를 다닐 때 월요일이 그토록 스트레스는 아니었지만 퇴사 후의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월요일이 되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가득해야 할 월요일을 우리는 왜 늘 고통스럽게 맞으며, '월요병' 같은 질환 아닌 질환까지 만들어내야 하는 걸까.


16년 이상 일하는 삶을 살다가 잠시 인생의 방학을 맞은 지금, 나는 내 삶이라는 통에 ‘하나의 크고 무거운 일’을 억지로 채워 넣는 대신, ‘작고 가벼운 여러 일들’을 담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에는 “자잘한 돈벌이를 여러 개 하며 살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이 책의 저자 이토 히로시가 말하는 ‘생업’이 바로 그런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 책을 만나자마자 빠르게 읽어보고 싶었다.



인생을 도둑맞지 않고 살기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나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세상 끝의 카페>와도 접점이 있는 질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시 돈을 쓰는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우리는 일주일 중 5일을 일하거나 일을 위해 시간을 쓴다. 남은 이틀은 ‘쉼’이라기보다 5일의 피로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던가. 일요일에는 무리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쉬고, 금요일에는 5일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불태워가며 놀아야 했다. Work & Life 밸런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절대적인 시간도 감정적 에너지도 균형을 이루는 것만이 정답일까. Work와 Life가 서로 배반적으로 시간을 점유한다고 여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책에서 저자는 그렇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도둑맞고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이는 일에서의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일이 나를 고통스럽게 할 뿐인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일에서 즐거움도 느끼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하루들이 소중했음에도 나 역시 7일 중의 5일을 제외한 나머지, 즉 30%의 시간을 온전한 나의 것으로 (물론 30%도 굉장히 넉넉하게 잡은 비중이지만) 사용하는 것에 의문이 든 적이 많았다.


저자 이토 히로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실마리를 ‘생업’에서 찾는다. 삶을 잠시 미뤄두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일이 합쳐진 방식이다, 말 그대로 Life와 Work가 합쳐진 생업. 그가 말하는 생업은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걸로 먹고 산다고?” 싶을 만큼 소박하다. 하지만 그는 그 소박한 일들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속도와 방향을 되찾았다. 중심을 잃지 않고, 인생을 도둑맞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우리가 보통의 업, 직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사고의 전환을 제안한다. “그럼 내가 원하는 걸 직접 하면 어떨까?” 현대화, 분업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직접 해결했다. 규모는 다르지만 먹을 것을 직접 키우고, 집이 고장 나면 직접 고쳤다. 간혹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정 범위에서의 일이고 '교환'이라고 보는 것이 더 쉬웠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내 직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써서 내 삶에 필요한 일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는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과거처럼 생업이 일치된 삶을 살아가보자는 것이다. 집을 새로 꾸미고 싶다면 돈을 벌어 인테리어를 맡기기보다 직접 손을 대보는 것, 낯설고 서툴더라도 나의 손으로 해보는 것. 내가 먹을 채소를 키우고, 빵을 만들어먹고, 연회가 필요하면 연회를 준비하는 삶과 함께 하는 일들.


그는 실제로 여러 ‘생업’을 이어가며 산다. 자신이 먹을 식량을 조금씩 재배하고, 집수리를 도와주고, 시골학교에서 결혼식을 기획하거나 가끔 몽골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각의 일은 거대한 수입원이 아니지만, 소박하고 자족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구체적인 수준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젊은이 (저자가 이 책을 처음 썼던 30대 초반에도, 지금도)였던 자신이 필요한 일은 정말 많았으며, 그 덕에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물론 약간의 저축도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의 초판은 2015년, 10년이 지난 2025년에 다시 나온 개정판에 저자가 전한 메시지를 보면 그의 생업은 여전히 행복한 삶의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에서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불가능할리 없다. 그에 비해 조금 늦었다고 무척 어려울 것도 아니리라.




책을 덮고 나서 남는 질문


내가 진짜로 삶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걸 위해 나에게는 무엇이 꼭 필요한가. 서울 도심에 위치한 비싸지만 답답한 집에서 살았던 이유가 내가 진정 원해서인가, 아니면 출근하기에 편하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맡겨온 일들을 직접 해볼 수는 없을까. 서툴더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나,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 훨씬 쉽다. '지출'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일을 내가 직접 '생업'으로 바꾼다면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세상의 속도에 떠밀리지 않고, 내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면 ‘생업’은 지금까지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속도와 방식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생소한 방향에 걸음을 내딛고 싶은 사람에게 따뜻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관심이 있는 분

- <세상 끝의 카페>를 인상 깊게 읽고, 삶에 적용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

- 스트레스와 시간을 교환하는 '일' 위주의 생활에 지치신 분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존 스트레레키 <세상 끝의 카페>, <다시, 세상 끝의 카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헬렌&스콧 니어링 <조화로운 삶>

마이클 이스턴 <편안함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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