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혼자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서점에 가려고 택시를 탔었는데 가는 동안 아저씨와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어요. 여러분은 택시를 타면 택시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시는 편인가요? 저는 반반인 것 같아요. 아저씨의 성향에 따라 대화가 시작되기도 하고 조용히 가기도 하는데 어제는 제가 허리가 좀 안 좋다고 한 말 한마디에 대화가 시작되어 재밌게 수다를 떨었네요. 택시아저씨께서 제가 몸이 안 좋다고 하니 엄청 걱정을 해주시고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내릴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도 되니 최대한 천천히 조심해서 내리라며 다정한 말투로 말씀해 주시는데 진심인 마음이 느껴져 대문자 F인 저는 울컥해 버렸습니다. 어떨 때는 저를 잘 모르는 제삼자의 위로가 더 마음에 와닿는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서점에서 일을 보고, 집에 도착해서 공동현관비밀번호 누르고 엘리베이터까지 천천히 걸어갔어요. 거리가 좀 있어 세월아 네월아 걸어갔는데 글쎄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한참이나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고 계셨지 뭐예요. 최근에 저는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은 많이 눌렀지만 열림버튼은 잘 안 눌렀던 것 같거든요. 내 시간을 들여 다른 이를 기다려주는 다정함에 감동했습니다. 빠르게 빠르게 흘러가는 생활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다려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누군가가 내 속도에 맞춰주지 않으면 그게 그렇게 답답하더라고요. 남을 조금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어요.
다정함이란 어디에서 나올까 생각을 해보니 여유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나 자신만 보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요즘 현대사회는 이런 여유를 갖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틈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도, 마음도 허겁지겁 휩쓸려가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요즘에는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도 독서나 영화감상 같은 취미 유튜브로 짧은 영상들을 소비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글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고, 노래도 전주도 없고 짧게 끝나는 노래를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쉼의 시간이 있을 때 마음속의 여유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러한 쉼의 시간을 갖기가 현실적으로 참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쉼도 결국 선택을 해야 생겨나는데 그 선택을 하기까지가 참 망설여지고 어렵더라고요. 몸과 마음의 빨간불이 들어오기 전에 나를 챙길 수 있도록 쉼에게도 우선순위를 줘보는 건 어떨까요? 쉼과 여유로, 다른 이에게 다정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