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속삭임 Jul 24. 2024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 '자존감'에 관하여

마음의 속삭임 자작시 '자존감'


 살아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이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쓰는 사무실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청소를 하게 된다거나, 복사기에 얼마 없는 복사용지를 채워놓는 일, 비어있는 실에 창문을 닫는 일 같은 것이요. 이런 일들을 하게 될 때면 '어차피 아무도 내가 한 지도 모르는데,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일 내가 계속해야 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나에게 맡겨진 일들을 해나갈 때에, 가끔은 지루하고 너무 보잘것없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할 때에도 그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이거 진짜 하다 보면 뭐가 되기는 하는 거야? 내가 하는 이 일 헛수고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이런 작은 일들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허탈감으로 포기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누가 보지 않더라도 결국 이런 것들을 기억해 주는 건 나 자신이더라고요.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쌓여가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이라 뭐든 이겨낼 수 있어.' 하는 긍정적인 자아관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긴 자기 존중감, 즉 자존감은 세상의 큰 풍파를 맞았을 때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없는 커다란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부터 조선시대 선비들은 '신독(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해요. 신독이란 愼 삼갈 신, 獨 홀로 독이라는 뜻의 한자어로,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신독이란 혼자 있을 때에도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하지 않으며, 진실하고 거짓이 없게 하여 부끄러움 없게 하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 말을 학생 때 도덕 선생님을 통해 처음 배우게 되었어요. 새 학년이 되고 첫 도덕 수업을 받는 날, 칠판에 신독이라는 한자를 아주 크고 멋지게 쓰시고는 뜻을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중학생인 저로서는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혼자 있을 때에도 마음 갈고닦아 바르게 해야 하는 거구나'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이 살아가면서 때때로 생각나, 혼자 있을 때의 저를 바로잡아 주더라고요. 신독을 오늘날의 말로 풀어보면 마음을 갈고닦아 자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쌓고, 자존감을 바르게 형성해 가야 한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렵고 버거운 매일의 삶 가운데에서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으며 하루를 쌓아가고 있는 여러분께 멋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의미 없는 일이 아닐 거라는 말도 함께요. 그리고 다른 이들은 잘 모르지만 그들을 위해 애쓰는 분들께 오늘도 당신 덕분에 모든 게 온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시간들이 여러분을 더 빛나고 단단한 존재로 빚어가는 시간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마음의 속삭임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