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분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다.
<박연준, 쓰는 기분>
걷다가 누군가 나를 부른 것처럼 문득 뒤를 돈다.
등 뒤로 몰려오는 허공을 공허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애써 한걸음 더 내디뎌 보지만, 이내 나는 다시 멈춰 뒤를 돌아본다.
"누가 저 불렀어요?"
왜 자꾸 나를 불러 세우시나요.
장난이라면 그만두세요. 나는 지금 되게 진지해요.
화난 모습 하실 거면 그냥 가세요. 모른척하고, 못 본척하고 그냥 가주세요.
나는 당신의 손길과 눈짓 하나에도 손을 파르르 떤답니다.
당신이란 논픽션은 좀 아파요. 지붕 밑에 달린 고드름처럼 순간 날아들어 머리에든 어깨에든 박힐 것처럼 뾰족하고 차가워요. 나는 당신과는 좀 달라요. 겉으론 당신을 쿨하게 꺾고 튕겨낼 수 있어 보여도, 마음속 베갯솜에는 그 빼쪽한 것들이 녹지도 않고 박힌답니다.
나를 이해하려 하지 마세요. 알지, 알지, 아무리 진심으로 대답해도 당신의 그 말은 거짓말이에요.
나는 당신에게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닙니다. 나는 나대로 글을 씁니다.
(내 마음속 '누구'는 언제쯤 나를 포기할까요. 펄쩍 뛰다가 옴짝하지 않고 싶고, 다시 가만있다가 훌쩍 날고 싶은데 '자기 검열'이 무섭게 따라옵니다. 극복 중입니다. 나란 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