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린다.햇볕을 쬐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철저한 선블록 주의가 대립한다. 전자는 칼슘 흡수에 도움이 되고 우리 몸에 유익한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 햇볕이 꼭 필요하다고 하고, 후자는 햇볕이 야기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선블록이 필수라고 한다. 홈쇼핑에서만 보더라도 비타민D 영양제와 선블록 제품의 경쟁은 일 년 내내 팽팽하다. 오늘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습관처럼 얼굴엔 선블록 크림을, 다리는 맨다리를 고수한다. 팔의 안쪽과 바깥쪽의 뚜렷한 투톤을 보정해 보려 의도적으로 팔을 뒤집어 안쪽도 그을려 본다. 노력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
대학 때까지 내 볼에는 깨가 모를 부었다. 선블록을 아무리 잘해도 유전적인 주근깨는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주근깨 고민은 엄마의 평생고민이기도 했다. 우리 모녀는 연중행사로 피부과에서 답을 찾았다. 뜨겁다 못해 극열한 레이저의 빛은 한방에 표피의 색소를 효과적으로 항복시킨다. 일주일간 두문불출의 시간의 보내고 나면 백지처럼 밝아진 얼굴이 되면서 자가 격리는 끝이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잠잠했던 색소는 다시 표피로 색소를 보내기 시작한다. 정기적 잡도리가 꼭 필요하다.
낮에 바르는 모든 제품의 SPF 지수를 확인한다. 비타민D와의 모순은 올해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 헷갈리는 상태다. 제품을 촘촘히 바르고 선글라스를 써 눈보호로 완성하는 나의 선블록은 엄마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엄마는 절대 제품을 바르지 않는다. 살갗이 벗겨질 땡볕에도 절대 로션 그 이상은 없다. 대신 마스크를 쓰고 선캡을 쓴다. 그리고 한 손에 양산을 드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팔과 손등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 장갑이 연결된 팔 토시를 장착하기도 한다. 더워서 어떻게 감당할까 싶으나 안 더운 척하시기에 고개를 끄덕한다.
작년부터 중국에 핫한 아이템이 등장했다. 냉감이 도는 기능성 소재의 선블록 재킷이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라일락 색상을 짧은 스타일로 골라봤다. 손모아 장갑이 연결되어 손등까지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수도 있고, 후드에는 캡이 달려 있어 얼굴에 적당히 가려준다. 앞 지퍼는 코까지 올려서 얼굴을 덮어주고 뒤통수에는 있는 구멍으로 포니테일을 꺼낼 수 있으니 여간 신박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선블록 재킷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무릎을 덮는 길이로도 제작되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였다. 아무리 슈퍼 냉감이라고 해도 여름에 살에 걸치는 건 다 더운 법이다. 시원한척하며 입는 게 이 옷의 간지다.
날다람쥐와 두바이 여성의 아바야가 연상된다.
모처럼 강변에서 사이클링을 했다. 여름 볕이 아직이지만 바람 끝이 살짝 서늘해진 걸 보니 가을이 오긴 했나 보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고, 나는 가을볕에 나를 내보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속 마주치는 여인이 있었다. 핫템 재킷을 입은 모습이다. 라일락 색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