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
새벽녘
새벽녘 나비의 날개에 맺힌 물방울을 서정이라고 읽을 때
님은 내 안에서 꽃폈고
나는 님 안에서 울었다.
새벽녘 구름을 맨몸에 휘어감고 연둣빛 들판으로 갑시다.
푸른 신수
흑청빛 털에 흐르는 고단한 윤기. 죽음을 닮은 앞발. 검은 눈과 검은 코. 죽은 듯이 고요히 엎드려 자는 달밤의 신수.
절벽이다. 신수의 육중한 앞발 밑에는 입가에 피를 흘리는 종달새가 깔려 있을까. 상어의 이빨 같은 발톱이, 종달새의 여린 목덜미를 짓누르고 있을까. 아직 가느다란 숨결이 붙어있는 종달새가 그리운 이를 생각하면서 물 먹은 음악처럼 나른해지고 있을까. 밤달은 새벽녘 구름 뒤에서 은은히 얼굴을 내밀고 혼자 생각을 한다. 여보, 신수씨
어디 다친 데 있소? 상처는 없어뵈는데 꽃소풍이 이제 질렸소? 꽃소풍 끌려와 비만 맞고 있다는 미간이로군.
밝아진 달빛에 신수의 미간이 좁혀진다. 드러난 앞발 밑에는 종달새는 보이지 않고, 짓이겨진 꽃의 영혼이 연기처럼 새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여보 그럼 내가 비를 따뜻하게 내려주리다. 거대한 주인의 당부를 어기느냐는 구름의 염려에 걱정 말라고 대답하는 것을 달의 언어를 알고 있는 신수의 귀가 듣는다. 달의 목소리를 그는 상처에 새겨둔다.
그날 새벽녘 그치지 않는 가랑비가 내렸다.
외로운 사람들은 좀 더 따뜻하게 외로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