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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stlecake Jul 22. 2019

라오스 돈뎃에서 자전거를 배우다

Been there Don Det (done that) ?


 부끄러운 고백 하나- 나는 자전거를 못탔었다. 어른이 된지 한참 지나서도. 

어렸을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아빠는 보조 바퀴가 달린 내 키에 맞는 자전거를 사 주거나 자전거를 잡고 함께 달리며 가르쳐 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두 살 많은 오빠는 하나뿐인 (나에겐 역부족인) 자전거를 독차지했고, 하루 종일 제 친구들과 놀기 바빴다.









Been there Don Det
(Done that) ?


- 라오스 시판돈에 가면 이런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자주 볼 수 있다.







 어른이 되고 한참 지나서 자전거를 배울 용기를 냈다. 라오스의 시판돈(Si phan don, 4천 개의 섬이란 뜻), 그중에서도 '돈 뎃(Don Det)'이란 작은 섬에 갔을 때였다.



이렇게 생긴 작은 배를 타고 돈 뎃으로 간다.




  돈 뎃으로 가려면 비엔티엔에서 버스를 타고 팍세(Pakse)로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나까상(Nakasang)이란 작은 마을로 간다. 나까상에서 돈 뎃으로 가는 작은 보트 선착장이 있다.

 섬에는 차가 다닐만한 큰길이 없다. 작은 배나 오토바이(거의 없었다), 자전거와 도보가 섬의 이동 수단이다. 20분이면 자전거로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해가 작열하는 라오스 남쪽 섬을 다 걸어 다닐 수는 없는 노릇. 하루는 자전거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20분이면 충분하다는 이 작은 섬을 나는, 멈추고, 비틀거리고, 자전거를 끌고 걸으면서 한 시간 넘게 돌았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에 못 타는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낑낑대느라 얼굴은 새빨개졌고, 옷은 땀으로 흠뻑. 진이 다 빠졌다. 그래도 막판에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잠시나마 자전거로 달릴 땐 앞에서 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미숙하고 겁이 많은 쫄보 어른이었던 나는, 그렇게 여행을 하며 뒤늦은 도전을 했고 천천히 배워나갔다.



아직 줄곧 여행만 해봤지 타지에서 살아보거나 유학을 해 본 적이 없다. 과감하게 질러볼 용기가 없었던 걸까.

여행을 끝내고 살던 곳으로 매번 돌아왔을 때, 내가 지금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과연 가치 있는 일들일까... 시시한 존재, 하찮은 일들, 찌질한 과정, 있으나 마나 한 성과... 그런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졌다.



자전거 타기 같은 남들이 볼 땐 쉬울 수도, 시시할 수도, 대수롭지 않을지 몰라도 나에겐 어려운 일들을 여행을 하는 동안에 하나하나 배우고 도전한다. 거기엔 비교도, 평가도 없다. 그래서 조금은 더 용기를 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매번 여행을 하는 이유다.









아직도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은 아니다. 도로 상황이 좋으면 그저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돈뎃에서의 빡센 셀프 트레이닝 후로, 한적한 여행지에 머물면 한 번쯤은 자전거를 빌려 타 본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지 않아 이동 수단이 없었기도 하고, 또 자전거를 잘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닌빈 (Ninh Binh, Vietnam)




스페인 세비야, 꼬르도바, 말라가 (Sevilla, Cordoba, Malaga, Spain)





그리고 태국에서는 급기야,

스쿠터에도 도전했다. 여행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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