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오늘 즈음- 해서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명화 브런치를 올렸어야 하는데, 오늘은 글 한 잔, 그림 한 점 대신 1주 휴재를 알리려고 글을 씁니다.
사실 제가 정식 작가도 아니고, 매주 필히 글을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닌데 요런 안내를 드린다는 게 스스로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렇지만 혹시나 제 글을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는 분들께 그래도 몇 자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진심과 책임감을 담아 매주 한 편씩 글을 쓰자, 라는 것이 올해 '글 쓰는 나 자신'과의 약속도 마음에 걸렸구요.
그러니까 이 글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나 자신을 달래는 글이기도 하고, 제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한 비밀 쪽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빌헬름 함메르쇠이, Interior with Ida in a White Chair
아주 오랜만에 다래끼가 났지 뭐예요. 하하- 대학교 시험기간 때 이후로는 처음이에요. 그동안 글 쓰느라 눈을 많이 혹사시키긴 했지요. 제가 쓰고 있는 글들은 '에세이'에 가깝긴 하지만 그림이나 화가와 관련된 정보를 다루는 '칼럼'의 성격도 있어서 사실 써 내려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물론 모든 이의 글 쓰는 밤은 고독하고 처절하겠지만, 그림 관련 자료에 대한 사전 조사와 검토, 이를 글 안에 녹여내고 버무리며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들(때론 썼던 걸 싹- 갈아엎기도 하고요 후후).. 졸린 눈 비비며 깊은 밤까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았지요.
때문일까요? 요즘 들어 급격히 눈이 자주 충혈되고 침침한 느낌이 들더니, 이번 주는 한 주 내내 편두통과 다래끼를 달고 살았답니다. 아, 물론 심각한 건 아니니 걱정은 마시구요 : )
빌헬름 함메르쇠이, Portrait of Young Woman
어려서부터 저는 눈이 좀 약한 편이었어요. 평소보다 무리한다 싶으면 쉽게 충혈되거나 다래끼가 나기도 했지요. 어른이 되어서는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겨서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조심하며 쉬어주곤 했는데, 시험기간이나 몇 날 며칠 밤새 레포트를 쓰고 나면 종종 눈에 탈이 나곤 하데요. 시력이 나쁜 편도 아닌데 눈에 그 조그마한 불편함이 생기니 얼마나 세상이 침침해 보이던지.. 그 불편함을 제가 아-주 오랜만에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아차! 싶어 뒤늦게 한 주간 일부러 휴대폰과 노트북 화면을 멀리 하고 좀 쉬어주었어요. 해야 할 일도, 글 쓰는 것과 글 읽는 것도, 친애하는 이들의 댓글에 대한 답도 일단은 All-Stop 한 채. 이젠 좀 나아졌겠거니 하고 어제 잠깐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가 무심코 거울을 보았는데.. 이런, 한쪽 눈에 실핏줄이 터져 있지 뭐예요. 나 아직 멀었어요, 더 쉴래요~ 하고 제 눈이 무언의 투쟁(?)을 하고 있나 봅니다.
빌헬름 함메르쇠이, Interior from Strandgade with Sunlight on the Floor
제 눈에게, 저 자신에게 한 주 휴식을 선물해주려 합니다. 좁고 네모난 모니터 화면 대신 한계가 없는 세상을 눈으로 담아 볼게요. 인공적인 블루라이트 대신 채광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자연의 빛도 쬐어 보고요. 눈 감고 있는 시간을 늘려서 어둠과 그림자에도 익숙해져 가며 눈이 숨 쉬는 한 주를 보내어야겠습니다.
눈이 아파 지난 한 주 미처 다 읽지 못했던 댓글들에도 눈이 회복되는 대로 차근차근 답해보려고요. 답이 늦어 늘 죄송한 마음이랍니다. 음.. 저는 무엇에든 '진심'을 다하려고 하는 습관이랄까, 마인드가 있어서 글을 쓸 때도 댓글을 달 때도 서두르게 되질 못하네요. 그렇지만 저만의 호흡과 페이스로 천천히, 오랫동안 글 쓰며 소통하는 이가 되겠습니다. 읽어주시고 진심을 담아 남겨주시는 마음들에 늘 감사합니다.
빌헬름 함메르쇠이, Sunshine in the Drawingroom
무더위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한 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같이 지이이잉- 날아오는 폭염 경보 메시지에 걸맞게 정신 못 차리게 후덥지근한 요즘이지만, 마음 한 켠엔 우리 모두 '일상 예술가'의 낭만과 느긋함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